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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카풀 앱 뭉개는 서울시, 우버 허용한다는 평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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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선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선영 산업부 기자

하선영 산업부 기자

서울시가 출퇴근길 동승자를 구하는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풀러스’를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30년 전에 제정된 법이 스타트업과 공유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성토한다. 서울시는 “앱 개발 업체가 현행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박한다.

논란의 핵심은 ‘출퇴근할 때 카풀만 합법적’이라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오늘날 실정에 맞는지다. 그간 법 조항을 의식해 이른 오전과 저녁 시간에만 영업해 오던 풀러스는 “오늘날 출퇴근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면서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풀러스 중 어느 쪽 입장이 더 타당한지, 현실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결론을 내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감한 문제라 그런지 관련 부처가 소극적 자세다. 경찰 수사 의뢰 소식이 전해지자 유관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곧바로 ‘풀러스를 고발한 건 국토부가 아닌 서울시’라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풀러스 영업에 문제가 있다는 건 수긍해도 총대까지 메지 않겠다는 태도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아무 말이 없다. 공유경제와 스타트업을 가로막은 규제들을 혁파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것이 지난달이다.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에 나서서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것도 위원회의 역할이다.

풀러스와 럭시 등 카풀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 대부분이 스타트업임을 고려하면 중소벤처기업부도 뒷짐 질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스타트업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 택시업계와 풀러스의 입장을 들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공교롭게 풀러스를 두고 논란이 인 8일 강원도는 국내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던 우버를 내년 초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시적으로 허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의 영업행위에 대해서도 “명백한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신고포상제까지 시행했다. 서울시에서 쫓겨난 우버가 평창에서 버젓이 달리게 된다면 지역 주민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도입되는 데 대비해 승차 전에 미리 운임을 결정하는 시스템, 로봇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택시를 배차하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관계 당국은 풀러스 논란에 나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