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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이희범 회장 추대… 그동안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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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역협회 회장단회의가 2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이 인사말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희범(5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한국무역협회 새 회장을 맡게 됐다.

무협은 2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어 김재철 현 회장의 후임으로 이 전 장관을 추대했다. 이 전 장관은 22일 열리는 협회 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무협은 "이 전 장관이 수출 주관 부처인 산자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장관으로 재직할 때 교역 규모 5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회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 추대는 형식상 회장단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재철 회장이 이달 초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뒤 기업인 출신 새 회장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1946년 설립된 무협 회장에는 주로 정부 관료 출신이 차지하다 91년 물러난 남덕우 전 총리를 끝으로 줄곧 기업인이 맡아 왔다. 김재철 회장도 "현재 회장단 가운데 차기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협회 부회장단 가운데 김희철(69) 벽산 회장, 류진(48) 풍산 회장, 박병엽(44) 팬택 부회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됐다.

이 같은 희망은 이달 중순 정부 쪽에서 '이희범 카드'가 흘러나오면서 어긋났다. 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이 전 장관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반발했다. 무협은 15일 정례 회장단 회의에서 이 전 장관 추대 논의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이견이 만만치 않아 결정을 보류했다. 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부회장을 비롯해 여러 명이 관료 출신 영입에 따른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내부 희망자가 있는데도 외부에서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선 영입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6 대 4 정도로 나왔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주말을 지나며 바뀌었다. 정부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협회 특성상 정부의 뜻을 무시할 수 없고 내부 후보도 마땅찮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어갔다. 내부 후보 중 류진 회장과 박병엽 부회장 등은 너무 젊고, 김희철 회장은 나이가 많아 회원사들의 뜻을 모으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반면 적임자로 지목된 다른 기업인들은 모두 손사래를 쳤다. 무협 관계자는 "시간을 많이 뺏기는 등 희생이 적지 않아 요즘은 선뜻 단체장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 회장의 한계도 거론됐다. 대기업 총수가 아니면 방대한 조직을 이끌기 힘든 상황에서 중견그룹 총수인 박용학 전 대농그룹 회장과 김재철 회장 모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한 무협 부회장은 "특히 올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현안이 많아 상근할 수 있는 회장이 오면 협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이 전 장관이 적임자 아니냐"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tigerac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 이희범 새 회장은

이희범(사진) 신임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공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수출과장, 주미 상무관, 산업정책국장, 자원정책실장 등 산자부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4월부터 산자부 차관을 지냈고 이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서울산업대 총장 등을 거쳤다. 2003년 12월 산자부 장관에 임명돼 2년여간 재임했다. 친화력이 좋고 농담도 잘해 식사 자리에선 좌중을 즐겁게 해준다. 정.관계와 학계.재계.법조계.언론계에 두루 지인이 많다. 첼리스트인 부인 최춘자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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