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폭력자 전자 팔찌라도 채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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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초등학교 여학생을 같은 동네 신발가게 아저씨가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뒤 불태워 버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아무 죄 없는 어린이가 인면수심의 용의자에게 끌려가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문제는 어린이 성폭력 사건이 어쩌다가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몇 년 전에도 네 살 된 어린이가 성폭력 전과자에게 성폭력을 당해 살해된 뒤 토막난 시체로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700여 건이나 됐다. 성범죄의 특성상 10% 미만의 낮은 신고율을 감안하면 희생자는 엄청날 것이다. 무서워서 어린이를 혼자서 밖에 내보내지 못하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이른다. 하지만 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아는 사람이 절반도 넘을 정도(57%)로 훨씬 많다. 아이에게 아무리 조심하라고 일러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더 이상 흉악한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 관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습적인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회적인 관리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 문제에 민감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전자 팔찌를 착용하게 하거나 상습범의 집앞에 '성범죄 전과자'라는 팻말을 붙이기도 한다.

이번 사건 용의자는 5개월 전에도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를 성추행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온 전과 9범이었다. 성폭력 상습범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이같이 끔찍한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자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범죄가 야간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 효용성은 제한적이다. 차제에 논란이 됐던 전자 팔찌 착용의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더 이상 어린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