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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독일 월드컵 계기로 한국·독일 더 가까워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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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것은 바로 민족 분단이라는 쓰라린 경험이다. 우리는 지난해 독일 통일 15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역사는 수십 년의 분단 상황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러한 사실이 북한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은 남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문을 서서히 여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는 그날이 오면, 한국은 절대 혼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 독일인들에게는 이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분단 외에도 양국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은 민주주의.인권.국제협력을 중시하는 등 국제정치에서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한다. 또 양국은 유엔에서 함께 일하며 21세기에 적합한 국제기구를 만드는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밖에 국제사회의 여러 우방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독일에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양국은 공통점이 있다. 양국은 끔찍한 전쟁을 겪은 뒤에도 몇십 년 안에 급격한 경제 부흥을 이룩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과 독일이 이처럼 가까운 경제 파트너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한국의 제1교역국이며 한국에 대한 투자에서도 EU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도 한국을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양국 간의 교역 규모는 지난 몇 년간 잇따라 높은 기록을 세웠다.

높은 경제 성과를 이룩한 양국은 이제 세계화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자원이 빈약하고 수출 지향적이며 인구 구조도 비슷한 양국은 어려운 개혁 과정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던 '2005 한국의 해'는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문학과 문화, 연극이 얼마나 다양하고 매혹적인지를 보여줬으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제 몇 달 뒤면 한국과 독일의 교류를 더욱더 심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다. 바로 올 여름에 독일에서 2006년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는 한국이 2002 월드컵에서 우리를 환영해 준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국가대표팀과 축구팬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