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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MT 성추행 가해자 자퇴,‘교수 원조교제 제안’수사애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울산의 한 대학 SNS 게시판에 올라온 고발글. [SNS 캡쳐]

6일 울산의 한 대학 SNS 게시판에 올라온 고발글. [SNS 캡쳐]

울산 지역 한 대학의 학생용 SNS 게시판에 잇따라 성범죄 고발 글이 올라왔지만, 피해자 신원을 알 수 없어 경찰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한 대학 SNS에 성범죄 고발글 잇따라 게재 #학교 “원조교제 알선했단 교수는 그만둔 강사” #경찰 “SNS 고발 신상 파악 안돼 조사 어려워”

지난 5일 게시판에는 MT(수련활동)에서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에 이어 이튿날에는 ‘교수가 학생에게 스폰서를 알선했다’는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스폰서를 알선했다는 교수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며 “또 피해를 봤다는 학생의 신원이 알려질 경우 2차 피해가 예상돼 적극적으로 조사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이 건의 피해자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끼리 벌어진 MT 성추행 사건은 학교가 글 속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아 조사했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가해자의 형사 처분을 바라지 않는 대신 학교에서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자퇴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은 7일 저녁 피해를 봤다는 학생을 성폭력 상담 기구인 해바라기센터에서 만나 상담을 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받아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일 오후 10시 51분 이 게시판에는 교수의 제안으로 한 기업 임원과 식사를 한 뒤 불쾌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글 작성자는 “방학 때 교수님이 ‘어떤 기업의 높으신 분’과 밥을 같이 먹자고 해 동석했다”며 “이 분이 어떤 여성분을 키우셨다고 했다. 들어보니 원조교제 같았다. 교수가 연락처 교환을 강요하더니 연휴 때 울산 갔다 올라와서 재밌게 해드리라고 단호한 태도로 얘기했다”고도 썼다.

작성자는 또 “몸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있었으며 이 ‘기업의 높으신 분’이 교수 앞에서 자신에게 15만원을 용돈이라며 줬다”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직접 원조교제를 알선한다는 현실이 암담하다”고
밝혔다.

6일 울산의 한 대학 SNS 게시판에 올라온 고발글. [SNS 캡쳐]

6일 울산의 한 대학 SNS 게시판에 올라온 고발글. [SNS 캡쳐]

작성자는 해당 교수와 주고받은 메시지 파일을 글에 첨부했다.

메시지를 보면 교수는 “오늘 있었던 일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돼 있다. 또 학생은 받은 돈을 교수 계좌로 돌려준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SNS 내용을 보면  (교수라고 지칭되는 인물이) 계약 기간이 끝나 지금은 학교에서 일하지 않는 강사인 것 같다”고 했다.

앞선 지난 5일에는 같은 게시판에 “모 학과에 성범죄자가 있어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많이 취한 상태에서 속옷 안으로 손이 들어와 2시간가량 성추행을 당했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가해자가 여러 피해자에게 꾸준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특정인을 지목했다.

글 작성자가 교수와 주고 받았다는 메시지. [SNS 캡쳐]

글 작성자가 교수와 주고 받았다는 메시지. [SNS 캡쳐]

경찰 관계자는 “직접 경찰에 고발하지 않고 SNS상에 고발 글을 올리니 조사가 어렵다”며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상에 성범죄 고발이 느는 것에 대해 “사실 진위를 떠나 SNS에 글을 올리면 파급력이 크다”며 “댓글 등에서 위로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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