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베 그림자 달고 한국 오는 트럼프..."한미일 공조 확인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 업무 오찬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앉는 것은 지난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3국 정상 만찬회담을 가진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찬에서 3국 정상은 북핵 공조와 관련해 논의했다. 2017.9.21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 업무 오찬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앉는 것은 지난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3국 정상 만찬회담을 가진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찬에서 3국 정상은 북핵 공조와 관련해 논의했다. 2017.9.21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한 합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북자 피해 문제에 대해 “매우 매우 슬픈 일”이라며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다. “1977년 납치됐다. 가슴 찢어지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뒤 미국으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놔둬선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위협 앞에 연대해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납북자들을 자진해서 돌려보내 준다면 엄청난 신호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걸고 있는 납북자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선물을 준 것”이라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도 일본인 납북자 이슈를 상당 부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처럼 그가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메시지도 한목소리로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이들은 내가 쓰는 레토릭(수사)이 너무 강하다고 하는데, 지난 25년간 약한 레토릭이 이룬 것은 무엇인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20여 년 간 국제사회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약속은 다 깨졌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회담과 골프, 식사까지 몇 시간씩 붙어있으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고, 북핵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이 상당 부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며 이처럼 그 뒤에 아른거리는 아베 총리의 그림자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일과 한국과의 온도 차가 오히려 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직접 한·미·일 공조가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이른바 ‘균형 외교’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협화음이 정상 간 만남에서 표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메시지 측면에서도 일체화를 시켜가고 있는데,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면서 여기서 이탈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문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를 위한 협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대북 공조를 위한 한·미·일 협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란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의 한·일 간 협력은 주저할 필요가 없고, 이런 협력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적 접근방식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