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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이후 격변정국|양김의 굴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2·16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평민당은 그러나 아직 「두김씨의 주박」에 묶여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김영삼총재주도」아래 재빨리 총선참여를 들고 나와 강경투쟁 자세를 뒤집고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그 효과는 미지수이고, 평민당은 김대중총재 자신이 아직 방향설정을 못해 당전체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민주·평민당이 지금까지 겉돌고 있는 이유는 선거패배후 두김씨의 태도와 발언이 여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의원이나 당원들까지도 납득을 못시키고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패배의 책임에 대해 당지도부가 거의 발을 빼고 있는데 기인한다.
문제는 당외부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양김책임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
그러나 당사자들의 태도를 보면 그 책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김영삼총재는 『단일화가 안된 것은 「부덕의 소치」이고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했고, 김대중총재는 『패배의 원인은 부정선거 때문이지 단일화실패에 있지 않다』고 말한것을 보면 이를 잘 알수 있다.
김영삼총재는 득표결과를 들어 단일화가 안된 이유를 김대중씨쪽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김대중총재는 그것을 부정선거쪽으로 미루는 식이다.
이같은 책임전가를 양김씨의 측근이나 핵심 심복들은 저항없이 수용하려는 눈치도 있으나 상당수, 특히 총선에 나서야 하는 의원·의원지망생들 가운데서는 비록 내연의 단계지만 고개를 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두 김씨가 당권을 쥔 상태에서 「기다리기 작전」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부정선거투쟁, 다른 한편으로는 공천권이나 당직배분카드를 이용해 주위의「도전」을 헤쳐나가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보체」는 잡히지 않았으나 무언가「새바람」이 불어야 한다는「체질개선 대망론」이 떠돌고 있는 국면으로 볼수 있다.
만약 총선이 4월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이런 바람이 예측못할 회오리가 되어 휘몰아칠 가능성을 배제못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선거패배직후 「정권타도」를 외쳤던 민주당의 김영삼총재는 곧 총선참여라는 카드를 밝힘으로써 발빠른 행마를 보여주었다.
즉 처음에는 초강경한 입장을 표명, 책임문제의「소리」가 나올 여지를 없앤후 잇달아 분위기를 총선쪽으로 끌어감으로써 당내관심을 여기로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여겨진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선거법협상은 민주당이 주도할수 있도록해 선거전부터 제1야당으로서 위치를 분명히 하고 이를 십분 이용, 총선에서 「선거혁명」을 이룩하겠다는 생각인것 같다.
따라서 평민당과의 연대같은 것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으며 다만 흡수·통합 방식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는듯 하다.
김총재의 이같은 자기를 중심으로 한 당운영방침은 현실적으로 △많은 중진급의원들이 부총재직에 신경을 쓰고있고 △현역의원을 포함한 공천희망자들의 수가 넘쳐흐르고 있으며 △김총재가 구축해놓은 「권위」등으로 미루어볼때 그런대로 순항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김총재측은 그에 대한 비판, 책임사퇴논을 모두 「공작정치」로 몰아붙이고 당내 불만은 총선참여라는 카드로 잠재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 당내에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총선에서 표를 얻을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강하게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 제기가 내연단계로만 머무를지, 아니면 표출될지는 미지수이나 앞으로 변수로 작용할 것만은 확실하다.
평민당의 김대중총재는 김영삼총재와 같은 신축력 있는 국면 전환책을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는것 같다.
김총재는 강력한 부정선거투쟁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장악한뒤 이를 발판삼아 대여협상이나 야권통합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3·15부정선거에서 4·19까지는 한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그의 언급은 부정선거투쟁에 얼마나 미련을 갖고 있는지를 알수있게 한다.
그렇지만 현단계로서는 부정선거에 대한 일부 지방의 끈질긴 움직임이 어느 정도 확대될는지, 또 어느 정도 여론의 호응을 받을는지에 대해서는 평민당내에서도 자신이 없는 눈치다.
따라서 어느 단계에 가서는 김총재 역시 대통령선거에 총동원된 공천희망자들의 외압등으로 총선을 향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수 없으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김총재로서는 총선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히게되면 선거무효화투쟁의 명분을 잃게되고 야권내의 이합집산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민중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민주당 김총재와 「대등한위치」를 확보하고 「호남당」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날수 있느냐의 점이다.
이를 위해 부정선거에 대한 공동투쟁을 민주당에 제의한바 있지만 이미 냉랭한 반응만 확인됐는데 민주당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점에서는 전혀 소득이 없을게 확실시 되고있다.
따라서 김총재로서는 호남과 서울에서 「지분」을 확보해놓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에 대한 책임문제는 평민당이 원래 동질성이 강하므로 외부에서 닥치는 비판의 감당이 문제이지 내부적으로는 비판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부 고위당직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이므로 이를 김총재가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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