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피플] 팔레스타인 새 총리 하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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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력 투쟁단체 하마스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43.사진)가 1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로 공식 임명됐다. 하니야 신임 총리는 3주 안에 새 정부 구성안을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18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청사에서 열린 제2대 자치의회 개원식을 가자지구에서 화상으로만 지켜봐야 했다. 이스라엘이 취한 이동금지 조치 때문이다.

"협상을 통한 평화 달성도 필요하지만 거부당하면 무력투쟁뿐이다." 하마스가 자치의회를 '접수'하는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그는 개원식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스라엘과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들은 이 같은 실리주의 노선이 그를 총리의 자리에 앉혔다고 분석했다. 압바스 수반의 파타당과 협력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도 그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그가 온건주의자로만 분류되지는 않는다.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무력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어서다.

1962년 가자지구 샤티 난민촌에서 태어난 그는 아직도 그곳 허름한 집에서 11명의 자식과 함께 살고 있다. 가자 이슬람대학에서 이슬람 문학을 전공한 그는 87년 제1차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이끌었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다. 아메드 야신의 심복으로 하마스를 이끌면서 수차례 미사일 공격도 받았다. 야신을 포함해 하마스 지도부 여럿이 암살되면서 지금의 위치로 올라왔다.

하마스 주도의 자치의회가 개원되면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니야 총리가 당면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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