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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 신조, 동맹을 더 위대하게’ 수놓은 골프 모자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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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5일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만나 함께 서명한 모자.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5일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만나 함께 서명한 모자.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뷰티풀 데이(Beautiful day).”

첫 일정부터 우애 과시한 미·일 정상 #아베, 트럼프 취향 맞춰 금색 자수 #점심 메뉴는 미국산 쇠고기 버거 #트럼프 “일식보다 고기 좋다” 전달 #일본산 검은 소 스테이크로 만찬

▶아베 신조 총리=(하늘을 보면서)“베스트 웨더(Best weather).”

5일 낮 12시7분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골프장에서 마주한 두 정상은 날씨를 화제로 올리며 악수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40분 전에 이미 골프장에 도착해 클럽하우스를 둘러봤고,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도의 요코타(橫田) 미군기지 격납고에서 주일 미군을 상대로 연설한 뒤 전용 헬기인 ‘마린 원’ 편으로 막 골프장에 도착했다.

라운드에 앞서 두 정상은 클럽하우스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황금색으로 ‘Donald & Shinzo make alliace even greater(도널드와 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라고 자수를 놓은 흰색 모자 4개였다. 평소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이었다. 트럼프, 아베, 그리고 이날 라운드에 참여한 세계 랭킹 4위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까지 세 사람이 모자 챙에 각각 사인을 해 나눠 가졌고, 나머지 하나는 골프장에 기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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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의 동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좋은 선수”라며 함께 라운드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왔고, 이에 일본 측이 일찌감치 마쓰야마의 일정을 조정하면서 성사됐다. 지난 2월 두 정상이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함께 쳤을 때는 어니 엘스 선수가 라운드를 함께했다.

이날 라운드는 9홀 플레이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종목이 열리는 90년 전통의 골프장에서 두 정상은 약 2시간 반 동안 플레이를 했다. NHK에 따르면 두 정상은 파(PAR)를 잡으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장에서는 대화도 잘된다. 서로 편안하게 속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은 어려운 화제도 섞어가면서 느긋하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라운드 중 트위터에 “아베 총리와 마쓰야마 선수라는 2명의 훌륭한 사람들과 골프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두 정상의 비공식 만찬 메뉴에도 트럼프의 취향이 반영됐다. 이날 저녁 트럼프·멜라니아와 아베·아키에 두 부부만 참석한 만찬은 도쿄 긴자에 있는 고급 스테이크 철판구이 음식점 ‘우카이테이’에서 이뤄졌다. 트럼프가 “일본 음식보다 고기가 좋다”고 의사를 밝혀왔고, 일본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의 입맛을 고려해 케첩까지 따로 준비했다고 한다. 이날 메뉴는 일본 검은 소 중 최고인 다지마규(但馬牛)와 홋카이도산 조갯살과 흰 송로버섯 샐러드, 시즈오카현 이세 새우 수프 등 최고급 식재료로 구성됐다.

아베 총리는 기자단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저녁 식사였고, (트럼프 대통령도) 즐거워했다. 굉장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두 부부가 만찬을 한 이 식당은 가장 저렴한 점심 메뉴가 7020엔(약 7만1000원), 저녁 1만9000~2만9000엔(약 20만~30만원) 수준의 고급 음식점이다. 음식평론 전문매체인 미슐랭가이드에서 수년째 별 1개를 받은 곳으로 최근 한국인·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이날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친밀감에 대해선 “미·일 신밀월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대통령 취임 후 정상회담 5차례, 공개된 전화 회담만 16차례를 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귀 기울여 조언을 구하는 거의 유일한 정상’으로 통한다.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을 빗대 아베 총리를 ‘트럼프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서로를 ‘론’, ‘야스’라고 호칭해 ‘론-야스 시대’로 불렸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조합, ‘일본은 미국의 푸들’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2000년대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도착 전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역사적인 방문을 환영한다. 두 정상의 신뢰관계 위에 미·일 동맹의 끈을 더욱 더 강고하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이니치신문 등은 “6일 정상회담에선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인 압박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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