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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신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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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혼' - 장철문(1966~ )

아내의 몸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면서
그 몸의 내력이 오히려 애틋하다

그녀의 뒤척임과 치마 스적임과
그릇 부시는 소리가
먼 생을 스치는 것 같다

얼굴과 가슴과 허벅지께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오래 전에
내 가슴께를 스적인 것이 만져진다

그녀의 도두룩하게 파인
속살 주름에는
사람의 딸로 살아온 내력이 슬프다

우리가 같이 살자고 한 것이
언젠가



신혼집에는 깨소금 냄새가 난다. 그러나 사람이 다른 내력으로 입때껏 살아온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비단을 만지는 일만 같은 게 아니다. 사노라면 반려자에 대한 감정이 들쑥날쑥하고 또 망실(亡失)도 있다. 수렁이 군데군데 있다. 겉의 유려함은 빛바래기 쉽다. 그래서 깊은 데를 살펴야 어긋나지 않는다. 연민이야말로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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