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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고유가 몸살' 대탈출…중국 주유소 공략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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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유가 때문에 휘발유.등유 등 석유류의 국내 소비가 3년째 뒷걸음질쳤다. 정유 업계는 국내에선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어졌다. GS칼텍스는 중국 주유소 사업 진출 사실을 발표하는 등 정유업계가 해외 사업과 수출에 좀더 힘을 쏟기 시작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하루 평균 164만 배럴이던 국내 석유 소비는 지난해 134만 배럴로 줄었다. 외환위기를 맞아 급감했다가 99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2003년부터 다시 내리막이었다.

서민가구 난방에 주로 쓰는 등유는 도시가스를 쓰는 아파트가 늘면서 하루 소비량이 1997년 23만 배럴에서 지난해 11만 배럴로 절반 이하가 됐다. 휘발유는 차량 보급과 함께 소비가 조금씩 늘었지만 2003년 유사 휘발유인 세녹스가 나돌면서 타격을 입었다. 2002년 하루 소비량이 17만6000배럴이던 것이 지난해 16만3000배럴에 그쳤다. 석유제품을 연료로 쓰는 화학공장 등이 설비를 개선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도 소비 감소에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고, 또 지난 10일 대법원이 세녹스 제조판매업자에 유죄를 확정함에 따라 올해 석유소비는 휘발유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약간'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윤현태 국내조사팀장은 "수요를 예측해 보니 증가율이 1% 미만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정유업계는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18일 중국 칭다오(靑島)의 경제기술개발구에서 1호 주유소 기공식을 했다. 이날 자본금 300만 달러(약 30억원)로 중국 주유소 사업을 맡을 현지법인 GS칼텍스칭다오석유유한공사를 세웠다.

올해 안에 칭다오에 주유소 두 곳을 더 세울 예정이다. 200만 달러(약 20억원)의 추가 투자도 계획에 잡혀있다. 국내에서 SK주유소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도 올해 중국에 주유소 40여 곳을 만들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SK그룹과 GS칼텍스는 내년 께 중국에서 주유소에 석유를 대는 대리점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연말 께 석유 대리점 사업을 외국기업에 개방한다.

두 회사가 중국에서의 석유 유통 사업에 팔을 걷어부친 것은 안정적인 해외 판매망을 확보하려 함이다.'에너지 블랙홀'인 중국이 전세계에서 원유와 석유 제품을 대량 수입해다 쓰지만 정유 시설을 계속 늘리고 있어 석유제품 수입이 곧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SK㈜.GS칼텍스.에쓰오일의 수출 비중은 이미 매출의 40~60%지만 이를 더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동남아 위주인 수출선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올해 안에 유럽연합(EU) 지역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체들은 공해 물질을 많이 내뿜는 벙커C유의 소비가 전세계적으로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벙커C유에서 휘발유.경유.등유를 뽑아내는 시설(정제 고도화 설비)도 잇따라 짓고 있다. SK㈜는 2008년까지 1조6000억원을 들여 울산에, GS칼텍스는 1조5000억원을 들여 2007년말 전남 여수에 고도화 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충남 서산이나 울산에 정제 고도화 시설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이다.

권혁주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20일자 E3면 '정유업계 고유가 몸살 대탈출' 기사에 'SK네트웍스가 올해 중국에 주유소 두 곳을 세우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두 곳이 아니라 40여 곳을 만들 계획"이라고 알려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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