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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식구에서 앙숙이 된 bhc·BBQ의 '치킨 게임'

중앙일보

입력

치킨 프랜차이즈 2·3위 업체인 bhc와 BBQ가 물류용역을 놓고 벌이는 법정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사진 각 사]

치킨 프랜차이즈 2·3위 업체인 bhc와 BBQ가 물류용역을 놓고 벌이는 법정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사진 각 사]

치킨 프랜차이즈 2·3위 업체인 bhc와 BBQ 간의 법정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hc는 지난달 26일 BBQ에 대한 물류용역대금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당초 135억원에서 236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bhc, BBQ 상대 2360억원 손해배상 청구 #BBQ "1200억에 팔았는데 터무니없는 금액" #2013년 매각 이후 양사간 끊임없는 법정 공방 #업계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 나빠질까 걱정"

지난 4월에 제기한 소송의 배상금액을 올린 것으로 “남은 계약 기간 11년을 상정해 손해배상금액을 다시 책정했다”고 bhc 관계자는 밝혔다. 또 “일방적인 계약 파기 이후 BBQ에 일곱 차례에 걸쳐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며 “BBQ에 공급하는 물류 분이 빠지면서 그간 투자한 금액과 추가 투입한 인건비 등으로 막대한 손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bhc에 따르면 BBQ 측이 애초에 보장한 물류용역계약 기간은 기본 10년에 5년 연장해 15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bhc와 BBQ가 한 회사였던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는 2013년 자회사인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에 매각했다. 이때 BBQ는 매각대금을 높이기 위해 bhc에 BBQ물류센터를 한데 묶어 패키지로 팔았다. 매각 이후 BBQ는 이제는 경쟁사가 된 bhc에 물류를 맡기면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양사 간의 균열은 여기서 발생했다. 한때는 식구였지만, 경쟁사가 된 입장에서 물류를 함께 하다 보니 영업상 비밀 등이 새어나간다는 게 BBQ 측의 불만이었다. 결국 BBQ는 지난 4월 bhc에 물류를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BBQ 박열하 부사장은 “신메뉴 개발정보 등 영업 비밀이 새어나가고, 가맹점들의 불만이 높아져 더는 계약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말했다. 단 bhc가 변경 신청한 금액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우리가 물류센터를 더해 bhc를 판 매각 금액이 1200억원인데 물류 계약 파기에 대한 손해액이 2300억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둘 간의 법정공방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각 이듬해 bhc는 BBQ를 상대로 원재료 절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BBQ 직원이 bhc 물류센터에서 신제품 원재료를 무단으로 가져가 상품화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BBQ 직원 개인의 절도죄가 인정돼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2015년엔 BBQ가 bhc를 매각하면서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며 인수자인 로하틴그룹이 국제중재법원에 소송했다. 국제중재법원은 지난 2월 BBQ에 9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매각가 1200억원이 과대평가 됐다는 로하틴그룹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양사 간 소송전은 매출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BBQ는 bhc가 2016년 매출을 2326억원으로 발표하고 ‘업계 2등’을 자처하자 “bhc의 매출엔 BBQ의 물류비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빼면 여전히 우리가 2등”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의 2016년 매출은 2197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2016년 말 기준 BBQ 매장은 1395개로 전년 대비 매장이 100여 개 늘었지만, 매출은 4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bhc는 같은 기간 매장이 200개 늘었으며, 매출도 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연 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bhc와 BBQ의 치열한 공방전은 치킨 프랜차이즈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성장세가 꺾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 것 아니겠냐”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착잡한 심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대표는 “최근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자정안을 발표하고 업계 전반적으로 상생을 내세우는 시점에서 대표적인 치킨 브랜드인 양사의 공방으로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양측은 모두 “우리는 진흙탕 싸움을 원치 않는다”고 5일 밝혔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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