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무현 측 “우린 특활비 전용 안해” 한국당 “김옥두 국정원 수표 받아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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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의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여타 ‘적폐청산’ 수사 논란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전전(노무현), 전전전전(김대중·DJ) 정부 때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며 대통령 부인과 당시 실세까지 거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에 의한 제2의 국정농단 사태’로 규정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공방 확산 #정상문이 권양숙 여사에게 준 3억 #장제원 “청와대 특활비로 의심”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 장제원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DJ 정부 시절 민주당 사무총장 겸 16대 총선 중앙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옥두 전 의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2001년 3월 10일 김옥두 의원의 부인 윤영자씨가 분당 파크뷰 아파트 3채에 대한 분양금 1억3000만원을 납부했는데, 이 중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7장이 국정원 계좌에서 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수표 17장의 번호 일체, 검찰의 수사 착수 건의 문건, 그리고 당시 국정원 자금 흐름의 전체 맥락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두고도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로 보이는 돈이 권 여사에게로 흘러 들어간 의혹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5년 1월과 2006년 8월 박연차 전 회장에게서 94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3억원을 받고, 2004년 11월~2007년 7월 12억5000만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징역 6년에 추징금 16억4400만원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서다.

당시 권 여사는 재판부에 “(노 전 대통령의) 회갑연을 앞두고 신세를 진 사람들을 초청하고 싶었다. 박 전 회장에게 3억원을 부탁해 보라고 내가 정 전 비서관에게 말씀드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장 대변인은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3억원을 정상문 비서관에게서 받아 빚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며 “이상하게도 검찰 수사 결과 정 비서관은 3억원과 자신이 관리하던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 중 2억원을 더해 5억원 상당의 서초동 상가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여사가 받았다는 3억원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가 아닌 청와대 특수활동비 중 3억원이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주장했다.

DJ·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우리 때는 특수활동비 전용은 없었다”고 부인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한국당은 전날에 DJ의 차남인 홍업씨와 권노갑 전 의원을 거론했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한국당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았다는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진술을 부각하면서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등장했다는 것은 국정 농단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을 의미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는 물론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최종 사용처가 어디였는지 성역 없는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전반뿐만 아니라 당시 국정원장들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재준(2013년 3월~2014년 5월), 이병기(2014년 7월~2015년 3월), 이병호(2015년 3월~2017년 6월) 전 원장 등이다.

2016년 4·13 총선 당시 친박 후보 여론조사 비용으로 국정원 자금 5억원이 사용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도 김현 대변인은 “박근혜 청와대가 요구했고, 국정원은 넉 달이 지난 시점에야 이 돈을 조심스럽게 건넨 것으로 밝혀져 국정원 역시 불법성과 위험성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의 돈이 한국당 친박 의원들에게 흘러간 점은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훈·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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