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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맛에 택한 김포공항 주차대행사 … 고객차 몰래 운행, 사고 나면 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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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발 조치합니다. 내려가세요.”(한국공항공사 직원)

불법업체가 정식업체 내쫓고 영업 #치열한 경쟁에 조폭출신까지 고용 #주차장 모자라면 농로에 차 방치 #경찰, 7개 업체 직원 33명 입건

“어휴, 이렇게 형식적으로 해서 뭐해? 공부 많이 했다, 너.”(주차대행업체 직원 A씨)

“뭘 많이 해. 대가리에 든 게 없는데.”(주차대행업체 직원 B씨)

지난 5월 25일 김포공항 입구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주차대행 영업을 멈추지 않으면 고발 조치하겠다는 한국공항공사 직원 1명을 둘러싸고 주차대행업체 직원 5명이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공항 2층 출발장으로 진입하는 이용객의 승용차를 선점하기 위해 입구 근처 장애인 주차구역을 ‘영업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사실은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국공항공사와 정식으로 계약한 업체가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식 업체 직원들 주변을 서성이며 욕설을 하는 등 방해 행위를 일삼았다. 차를 탄 채 돌진하거나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을 튀기는 방식으로 위협을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따낸 업체들은 대부분 불법 업체들에 영업 자리를 빼앗겼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김포공항에서 불법으로 주차대행사업을 벌인 업체 7곳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중 2곳은 조폭 출신 직원을 채용했다. 이날 오전 경찰관들이 압수한 증거물들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양천경찰서는 김포공항에서 불법으로 주차대행사업을 벌인 업체 7곳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중 2곳은 조폭 출신 직원을 채용했다. 이날 오전 경찰관들이 압수한 증거물들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김포공항에 이들이 나타나 막무가내식 ‘조폭 영업’을 시작한 건 올해 1월 1일부터였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조직폭력배가 동원됐다고 한다. 7곳으로 늘어난 불법 업체 중 2곳은 조폭 출신인 직원을 채용했다.

업체들은 김포공항 인근에 대형 주차 공간을 마련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등록 주차대행 서비스’란 문구로 허위 광고를 했다. 기존 업체들보다 2000~3000원 저렴한 1만5000~1만8000원으로 홍보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서비스는 형편없었다. 고객 차량을 운행하면서 과속·불법주차·교통사고 등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또 주차장 공간이 모자라면 농로에 고객 차량을 방치하기도 했다. 정식 업체인 줄 알고 자신의 차를 맡겼던 공항 이용객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 시민들은 “주차를 맡기고 돌아와 보니 범퍼가 파손돼 있었지만 업체와 연락이 두절돼 변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농로에 차량을 방치해 차주에게 불법주차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도 있었다.

업체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고발이 공항공사 인터넷 사이트와 국민신문고 등에 늘어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잠복수사 끝에 7개 업체 직원 33명을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주차대행업체 대표 안모(42)씨 등 5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 10개월간 벌어들인 부당 이익은 약 5억원이다. 또 업체 중 한 곳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무단 주차대행업을 하다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이 업체는 벌금을 낸 뒤 단속을 피해 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이 검거됐지만 일부 종업원들은 아직 김포공항 일대에서 불법 주차대행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항 이용 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호객하거나 공항 밖으로 차를 이동시키는 주차대행업체는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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