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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구나 행복이 성적순일 때가 있으니까···아시아가 열광한 이 영화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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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매거진M] 태국에서 올해 최고 자국 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 이 영화가 홍콩·대만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중국·캄보디아·말레이시아·베트남에서 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개봉해 좋은 평을 얻었다. 나타우트 폰피리야(36) 감독의 ‘배드 지니어스’(11월 2일 개봉) 얘기다. 수재 고등학생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시험 부정행위를 이끄는 이야기를 짜릿하게 풀어내는 케이퍼무비다. 아시아를 열광시킨 이 영화의 마력에 대해, 나타우트 감독에게 e-메일로 물었다.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인터뷰

'배드 지니어스'

'배드 지니어스'

-실제 중국에서, SAT(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 시험지가 유출돼 시험이 취소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이를 케이퍼무비로 만든 점이 특이한데. 
“케이퍼무비의 열혈팬이다. 케이퍼무비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그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숨 건다. 나도 한때 학생이었기 때문에 성적이 인생의 전부인 것만 같은 그 심정을 이해한다.”

-린이 부정행위에 가담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스스로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부정직한 어른들이 지닌 불법적인 힘에 저항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대 청소년 네 명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배드 지니어스’ / 사진=더쿱

‘배드 지니어스’ / 사진=더쿱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린과 뱅크(차논 산티네톤쿨), 이들에게 돈을 대가로 부정행위를 제안하는 부유한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와 팻(티라돈 수파펀핀요), 네 주인공 모두 신인 배우에게 맡겼는데.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린을 연기한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원래 모델인데 수백 명의 지원자를 물리쳤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두 달 정도 넷이 함께 연기 워크숍을 거쳤다. 코치인 롬쳇 타나라피팟의 지도에 따라 네 배우가 정말 열심히 했다. 워크숍 과정이 워낙 꼼꼼해서 그걸 다 설명하려면 두 달은 걸릴 거다(웃음).”

-촬영·연기·편집·음악 등 극의 모든 요소가 케이퍼무비 특유의 경쾌한 박자를 타고 흘러가는 듯하다. 
“각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생각한 다음, 촬영하면서 그 음악을 배우들과 촬영감독, 조감독에게 들려 줬다. 그것이 그 장면에서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극의 박자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케이퍼무비는 기본적으로 범죄가 성공하는 쾌감을 향해 달려간다. ‘배드 지니어스’의 결말은 그에 더해, 부정행위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을 그려 보이는데. 
“이 영화를 통해, 때때로 삶은 수백 만 가지의 답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삶은 가끔씩 우리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살면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에 의지해야만 한다.”

-올해 5월 태국에서 개봉해 1억1215만 바트(38억973만원)의 극장 수입을 거두며 크게 흥행했다. 10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의 관객이 호응한 결과일 텐데. 
“린이 부정행위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사회 제도나 부도덕에 저항하고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공감한 것 같다.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하면서 마치 자신들만의 부정행위를 모의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웃음). 태국의 10대들이 느끼는 압력과 긴장을 그린 이 영화에 다른 나라 관객도 호응한 걸 보면, 어떤 이야기는 정말 보편적인 것 같다.”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배드 지니어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 / 사진=더쿱

-뉴욕의 태국 유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전작 ‘카운트다운’(2012) 역시 스릴러영화였다. 
“감정을 쌓아 올려 관객을 끌어들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에 스릴러만큼 효과적인 장르는 없는 것 같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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