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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아서" …그의 결론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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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홈키파 등 방충제와 건축자재 등을 만드는 독일기업 헨켈의 새미 루트피(53) 한국법인 사장은 "본사가 한국에 투자할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는 '대사(ambassador)'"라고 자신을 칭했다.

그는 2008년까지 한국법인의 매출액을 5000억원 이상으로 키우기위해 본사의 투자를 조르고 있다. 한국 투자를 권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한국이 좋아서'란다. 지난해 독일 본사와 '은퇴할 때까지 한국에서 일한다'는 계약을 했을 정도다. 왜 한국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좋으니까"라고 명료하게 답한다. 그는 "한국 사람은 진짜 부지런하다. 또 의견을 나눌 때 다투다가도 일단 방향을 정하면 똘똘 뭉친다.

일본? 회의 때는 '네,네'다.그러나 회의가 끝난후 실행속도가 느리다"고 한국과 일본 직장인의 근로자세를 비교했다.

이집트인 부모밑에서 자란 그는 영국과 호주에서 공부했다.국적은 호주다.독일 기업의 한국법인장으로 있으니 그야말로 '다국적 인간'이다. 그는 헨켈이 한국 지사를 설립한 1989년에 한국에 왔다. 국내 체류기간이 15년이 넘어 한국어를 거의 알아 듣는다.하지만 아직 유창하게 말하진 못한다. '공부를 안한 내 탓" 때문이란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Korea)'이란 말 대신 '우리(we)'라고 했다.

점심 때 서울 마포의 한 고깃집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맵디 매운 청양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한국 음식은 다 좋다고 했다. 단, 불고기는 예외였다. "식당에서 파는 불고기는 너무 달아서…, 그거야 외국인이나 먹는 거지"라며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내색했다.

결혼도 한국 여성과 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헨켈 본사 근처에서 일하는 여성에 반해 중매를 넣었다. 부인될 사람이 영어에 서툴러 종이에 영어로 글을 써 가면서 1년간 쫓아 다녔다. 전북 전주에 있는 처가에서는 처음 외국인을 사위로 맞는 것을 반대했으나 자신이'잘 생겨서' 1994년에 결혼하게 됐다고 농담을 했다.아홉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둔 그는 며느리는 꼭 한국 여성을 고르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그렇게 한국에 매료됐건만,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투자를 끌어내려면 늘 "도로 등 인프라도 부족하고, 노동 운동 때문에 골치를 앓는데 뭐하러 한국에 투자하느냐"는 본사의 힐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루트피 사장은 "한국 정부가 이런 오해를 씻어주는 '국가 마케팅'을 강화해야 외국인 투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헨켈의 지난해 매출액은 1600억원 규모이다.

글=권혁주,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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