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당내 재선 의원들을 만나 “지금 하는 일련의 과정이 새로운 보수우파정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이고 진통”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반발이 나오자,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로 한 설득이었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서 재선 의원들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홍 대표는 1일부터 당내 초선, 재선, 3선 의원들을 만나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반발을 진정시키는 ‘식사 정치’를 진행 중이다.
그는 기자들이 최고위원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놓고 표결을 할 가능성에 관해 묻자 “내일 이야기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예정대로 최고위는 열린다"고 했다. 3일 최고위원회에서 어떻게든 박 전 대통령 등의 ‘출당 결정’을 강행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일 있었던 재선 의원들 회동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는 별도의 성명서가 나오지 않았고,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출당파 의원이 다수라는 판단에 따라 홍 대표가 세대결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을 의결했다.
홍 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친박계 의원) 좀 다 오라고 했는데 안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30명의 재선 의원 중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이완영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염동열 비서실장이 재선 의원들과 홍 대표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재선의원들이 “만날 일 없다”고 거부하며 무산됐다.
하지만 3일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 거취가 출당으로 결정날지는 미지수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사안을 표결에 부치기엔 홍 대표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익명을 원한 재선의원은 “홍 대표가 친박 청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만장일치로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 한 역풍을 맞게 된다. 만에 하나 표결에서 지게 되면 지도력을 상실하는 경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표결’을 하지 않고 합의를 시도하거나 논의자체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김태흠 의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있고,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도 출당에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최고위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상황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