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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주차 맡기니 조폭이···범퍼 박고도 '나몰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포공항 발레파킹 맡겼더니 조폭이…

“고발 조치합니다. 내려가세요.”(한국공항공사 직원)
“어휴, 이렇게 형식적으로 해서 뭐해? 공부 많이 했다, 너.”(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 A)
“뭘 많이 해. 대가리에 든 게 없는데.”(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 B)

김포공항 입구에서 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들이 장애인주차구역을 점거한 채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김포공항 입구에서 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들이 장애인주차구역을 점거한 채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지난 5월 25일 대낮 김포공항 입구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고발 조치하겠다는 한국공항공사 직원 1명을 둘러싸고 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 5명이 비아냥거렸다. 이들은 공항 2층 출발장으로 진입하는 이용객의 승용차를 선점하기 위해 입구 근처 장애인주차구역을 영업장소로 활용하는 중이었다.

경찰, 무단 주차대행업체 7곳 적발 #조폭 동원해 기존 업체 쫓아내고, #고객 차량은 불법 주차 #10개월간 5억원 부당 이득

김포공항에 이들이 나타나 막무가내식 ‘조폭 영업’을 시작한 건 올해 1월 1일부터였다. 실제로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 7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불법 업체 중엔 아예 조폭을 직원으로 채용한 곳도 2곳 있었다.

이들은 고용하거나 동원한 조폭을 통해 한국공항공사와 정식으로 계약한 기존 업체들을 쫓아냈다. 영업 중인 정식 업체 직원들을 차량으로 위협하거나 욕설을 하는 식이었다.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따낸 업체들은 결국 불법 업체들에 영업 자리를 빼앗겼다.

업체들은 김포공항 인근에 대형 주차공간을 마련한 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등록 주차대행 서비스’란 문구로 허위 광고를 했다. 기존 업체들보다 2000~3000원 저렴한 가격으로 홍보해,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주차를 맡긴 고객 차량을 농로에 방치해 놓은 모습.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주차를 맡긴 고객 차량을 농로에 방치해 놓은 모습.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그러나 이렇게 모인 고객들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해 과속ㆍ불법주차ㆍ교통사고 등 추가 피해를 발생시켰다. 또 주차장 공간이 모자라면, 농로에 고객 차량을 방치하기도 했다. 정식 업체인 줄 알고 맡겼던 애꿎은 공항 이용객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다. 피해자 중에는 주차를 맡기고 돌아와 보니 범퍼가 파손돼 있었지만, 연락 두절로 변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주차대행업체에 주차를 맡겼다가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게된 피해 사례.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주차대행업체에 주차를 맡겼다가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게된 피해 사례.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정식업체라는 허위 광고에 속아 내지 않아도 될 주차비를 납부하게 된 피해 사례.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정식업체라는 허위 광고에 속아 내지 않아도 될 주차비를 납부하게 된 피해 사례. [사진 서울 양천경찰서]

업체들의 불법 영업은 1년을 채 지속하지 못했다. 공항공사 인터넷 사이트와 국민신문고 등에 무단 주차대행업체의 횡포를 고발하는 게시글이 늘어나면서, 경찰에 꼬리를 밟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잠복수사 끝에 7개 업체 직원 33명을 무더기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주차대행업체 대표 안모(42)씨 등 5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ㆍ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 10개월간 벌어들인 부당 이익은 약 5억원이다.

또 업체 중 한 곳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무단 주차대행업을 하다 입건된 전력이 있었지만, 벌금만 내고서 단속을 피해 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이 검거됐지만 일부 종업원들은 아직까지 김포공항 일대에서 불법 주차대행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항 이용 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호객을 하거나 공항 밖으로 차를 이동시키는 주차대행업체는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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