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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은 변태성욕 장애, 지능 낮지만 생활 지장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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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13일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뉴시스]

지난달 13일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뉴시스]

여중생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평소 변태적인 성적 집착을 나타냈다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왔다. 자기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여중생을 유인해 살인한 것도 변태적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조사서 ‘음란물 중독’ 등 판정 #사형·무기징역 가능한 법 적용 기소 #비난 못견디고 남성성에 집착경향 #차량 튜닝, 가학적 성행위에 몰입

서울북부지검은 1일 이영학을 살인과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학에게는 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추행 등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질환을 앓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컸으며, 자신에 대한 비난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남성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문신과 차량 튜닝, 가학적 성행위 등이 남성성에 집착하는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지능지수는 낮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검찰이 실시한 ‘성 일탈검사(KISD)’에서는 성적 가학, 관음 장애, 음란물 중독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높음’으로 측정돼 변태성욕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이영학에게 왜곡된 성적 취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부인 최모씨를 욕구 충족 대상으로 여겼으며 부인이 숨지자 또 다른 대상을 적극적으로 물색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다.

검찰 관계자는 “아내와 인상이 비슷하다고 여긴 딸의 친구를 특정해 유인한 뒤 가학적으로 성추행했다. 깨어난 피해자가 신고할까 두려워 다시 의식을 잃게 하고 이후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영학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타 먹인 행위에 대해서는 향정신성의약품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영학과 그의 딸이 일회성 범행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일정 기간 지배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박모(36)씨도 기소했다. 박씨는 지난달 3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영학과 그의 딸을 도피시키고, 서울 도봉구에 은신처를 마련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성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는 “경찰에서 진행 중인 성매매 영업이나 후원금 유용, 부인 변사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과 협조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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