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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이즈는 2202입니다” 성폭력 경종 울린 미스 페루 대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17 미스 페루 결선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신체 사이즈를 밝히는 대신 페루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17 미스 페루 결선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신체 사이즈를 밝히는 대신 페루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신체 사이즈 대신 여성에 대한 폭력 수치 공개 #"예선 참가한 150명 중 5명도 성폭행 등 피해"

미인대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순서. 일렬로 도열한 참가자들이 한명씩 나서서 가슴, 허리, 엉덩이 등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알리는 시간이 왔다. 첫 번째 참가자가 말했다.

"리마 대표인 카밀라 카니코바입니다. 제 사이즈는 2202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9년간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여성의 수입니다."

“제 이름은 카렌 쿠에토입니다. 리마 대표이며 사이즈는 82, 올해 여성 살해 숫자입니다. 556, 여성 살해 시도 횟수입니다.”

이렇게 줄줄이 23명의 ‘사이즈’ 발표가 이어졌다. 1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전한 2017 미스 페루 선발대회 결선 풍경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한 극장에서 열린 대회는 이렇게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 대신 여성폭력과 관련한 통계를 밝히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성 착취 탓에 10분마다 여성 한 명이 숨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는 "페루 여성의 70% 이상이 길거리 성희롱의 피해자"라고 전했다.

이번 이벤트는 그 자신이 1987년 미스 페루 출신인 제시카 뉴턴 조직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발언할 동안 무대 뒤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뉴스로 도배된 신문 지면이 소개되기도 했다.

뉴턴 위원장은 “각 지역 대표들이 여성폭력과 관련된 공식 수치를 제시했다”며 "많은 여성이 자신들이 당한 일들이 독립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스 페루 선발대회 예선에 참가한 150명 중 5명도 성폭행 등 여성폭력의 희생자였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취미나 포부 등과 같은 가벼운 질문 대신 여성폭력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질문받기도 했다.

우승자 로미나 로사노(가운데)를 포함한 23명의 참가자 모두가 페루 성폭력을 고발했다. [AFP=연합뉴스]

우승자 로미나 로사노(가운데)를 포함한 23명의 참가자 모두가 페루 성폭력을 고발했다. [AFP=연합뉴스]

카야오 주를 대표해 출전한 로미나 로사노는 "살인 등 모든 여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 우승은 20세 로사노에게 돌아갔다. 그의 사이즈는 3114로 “2014년 이래 성매매 착취를 당한 것으로 등록된 여성 숫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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