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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일가족 살해 김씨의 아내, 인천공항으로 자진 귀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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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의 피해자인 D씨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 현장 [연합뉴스]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의 피해자인 D씨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 현장 [연합뉴스]

친모 등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김모(35)씨가 범행 후 어머니의 통장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노린 계획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김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의 아내 정모(32)씨가 이날 자진 귀국했다.

일가족 살해한 30대 숨진 모친 통장에서 8000만 가량 인출 #출국 당시 10만달러(한화 1억1000만원) 환전도 #경찰, 친모 등 금품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 #뉴질랜드에 있던 아내는 자진귀국…경찰 조사 예정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1일 김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아내 정씨가 이날 오후 6시1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김씨와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했지만 지난달 31일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한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남편의 범행 사실(살인)을 전해 듣고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가족들의 설득으로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한 정씨를 상대로 사전에 김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정씨와 함께 숙박하고 "2명 죽였다. 이제 1명 남았다"라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포착하고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또 김씨의 금융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김씨가 어머니 A씨(55)의 은행 계좌에서 8000만원 가량 인출한 것을 확인했다.
출금 날짜는 김씨가 어머니와 이부(異父)동생 B군(15), 의붓아버지 C씨(57)를 살해한 지난달 21일부터 김씨가 뉴질랜드로 출국하기 이전이다. 김씨는 이 돈의 일부는 자신의 은행 계좌로 이체하고, 은행에서 직접 현금으로 찾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뉴질랜드로 출국하던 23일 공항에서 10만 달러를 환전했다.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국내에서 별다른 직업 없이 어머니 A씨와 의붓 아버지C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고, 친척 집과 숙박업소를 전전했던 김씨가 뉴질랜드에서 고급차량 등을 탈 수 있었던 이유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가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숨진 A씨의 다른 은행 계좌나 C씨의 계좌에서도 돈을 추가로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김씨에게 채무가 있었는지 등도 금융거래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김씨에 대한 금융 거래 정보 분석이 끝나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내 정씨가 자진귀국하면서 김씨의 국내 송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스쇼어 지방법원은 현지시각으로 1일 우리 수사당국의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받아들여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기간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45일간이다. 조약 진행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으나 법무부는 구금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 15일까지 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한국에서 송환 요청을 해온다면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김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2~5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A씨와 동생 B군(15)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쯤에도 '펜션을 보러 가자'며 유인한 의붓아버지 C씨를 강원도 평창군의 한 도로 쉼터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실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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