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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화장품 앞세워 국제사회 나서는 북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적 재산권 등록에도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 파워를 통한 힘겨루기 이면에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며 국제사회로 진출과 경쟁력 확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핵, 미사일로 군사적 긴장 고조 이면에서 김치 화장품 지적재산권 상표 등록 #류경김치, 은하수 등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공장 생산품 #저작권 보호 목적도 있지만 국제사회 진출 치적 쌓기 차원도

세계지적 재산권기구(WIPO)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류경김치’와 ‘삼천리’‘소나무’ 등 3건을 국제상표로 등록했다. 지난해엔 북한이 화장품 상표로 사용하고 있는 ‘은하수’도 등록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며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국제상품 등록 역시 이런 흐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상표를 등록한 업종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고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던 곳”이라며 “김정은의 지시 이행 차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류경김치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류경김치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북한은 김정은의 류경김치공장 현지지도후 류경김치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상표등록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북한은 김정은의 류경김치공장 현지지도후 류경김치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상표등록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실제 북한이 올해 등록한 류경김치의 경우 김정은이 지난 1월 12일 현지지도한 곳이다. '해당화' 김치를 중국 등지에서 판매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 1월 준공한 김치공장 제품을 앞세운 것이다. 또 은하수라는 제품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평양 화장품 공장 역시 2015년 2월 김정은이 이곳을 찾아 “세계적 수준의 화장품을 만들라”는 지시를 한 뒤 대대적인 공장 현대화 작업에 착수해 최근 완공했다. 그는 당시 “북한 마스카라(눈 화장품)의 번짐 현상을 지적하며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를 대동하고 최근 평양화장품 공장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김치나 화장품의 상표 등록을 통해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지적 재산권 보호 차원을 넘어 김정은의 통치 활동과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74년 WIPO에 가입한 북한은 61건의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33만 6383건인 한국과 비교하면 극히 작은 규모다. 또 상표 디자인이나 제품의 질 역시 세계 최고수준을 다투고 있는 한국의 것들에 비해선 아직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때는 체제 유지에 집중하며 국제사회에서 수세적이고, 고립된 정책을 펴 왔다”며 “김정은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나 상표 등 소프트 파워를 동원해 국제사회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이는 틈새시장을 통한 국제사회의 고립탈피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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