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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밖에서 하루종일 일하는데, 집에서 펑펑 놀고먹으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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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내 TV 드라마 속에서 잘못된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과 없이 방영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부 드라마는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 의존성향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드라마 속 성차별 실태 지적 #“일주일 간 성차별 내용 31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 예정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7 대중매체 양성 평등 모니터링’ 사업 일환으로 서울YWCA와 함께 TV드라마에 대한 모니터링 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양평원은 몇 가지 사례를 꼽았는데, 지상파의 한 드라마 속 술을 많이 먹고 취해 들어온 여성에게 남편이 “어디서 여자가 술 먹고 들어와서 고성방가야!” 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다. 양평원은 “만취해 소리를 지른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굳이 ‘여자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또 한 드라마에서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고급 식당에 중년 부부가 마주앉았는데, 가격표를 본 남편이 “하여간 대한민국 여편네들 큰일이야. 남편은 밖에서 7000원짜리 밥 사먹으면서 하루 종일 일 하는데, 집에서 펑펑 놀고먹으면서 이런 데서 칼질이나 하고. 진짜 말세다. 말세야”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양평원은 “남성이 하는 회사 일은 중요하고 여성이 하는 가사 일은 하찮다고 생각하게 하는 위험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며느리가 혼자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제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사 준비는 모두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드라마 속 성차별적 내용은 총 31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9건의 3배 이상이었다. 양평원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에 대한 의존성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양평원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간 방송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1사, 케이블 2사의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사별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 22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였으며, 양평원은 9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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