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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 중단 어음 끊어주고, 3불 약속 거액 수표 챙긴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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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은 사드 반대란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갈등 봉합을 통한 한·중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철회’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던 중국의 강경 태도가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전략적 우려와 입장을 합의문에 명기하는 등 여러 가지 실리를 얻었다.

‘한·미·일 군사동맹 없다’ 약속 유도 #동북아판 나토 막기 전략적 실리

중국의 이번 결정엔 우선 배치가 이미 끝난 사드를 철수시키기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또한 북한의 도발이 위험선에 이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중 관계를 무한정 냉각 상태로 둘 수 없다는 인식과 사드의 또 다른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이란 게 외교 당국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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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가운데 중국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은 ‘3불(三不) 약속’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개 표명한 것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는 합의문 발표 하루 전날 강경화 외교장관이 국회에서 발언한 것을 가리킨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못박는 논평을 냈다.

중국이 MD 불참여 등을 관계 복원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이 확실시될 무렵부터다. 한 관변 연구소가 4월 주최한 비공개 토론회에서는 군 출신의 중량급 인사가 나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선언하고 MD 체계 불편입을 공약하면 한·중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문에 들어 있는 내용과 일치한다.

중국의 ‘3불 약속’ 중시는 처음부터 사드를 미·중 간 전략 경쟁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처음부터 한반도 사드 배치는 일본의 미사일방어망 체계와 결합해 미국이 구축 중인 전 세계적 규모의 MD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봤다. 사드 갈등이 한창일 무렵 중국 전문가들은 관영 언론을 통해 “사드를 매개로 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지역안보동맹이 동북아에 출현하는 것”이란 식의 사드 반대 논리를 펼쳤다. 사드 배치를 단순한 방어용 무기체계 전개가 아니라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의 일환이자 상징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중국은 사드 철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간파하고 현상을 묵인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중국의 전략적 목적을 관철한 셈이다. 사드 보복 중단이란 어음을 끊어주고, 3불 약속이란 거액의 수표를 받아챙긴 것으로 볼수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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