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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경서 ‘흥진호 연락 두절’ 알렸지만 반응 없었던 청와대·해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에 나포됐다가 귀환한 어선 ‘391흥진호’ 사건과 관련, 해경은 당시 상황을 청와대와 총리실·해군본부 등에 곧바로 전파했던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에서 확인됐다.

조난·납북 등 대비해 신속하게 전파 #중·일·러에도 알리고 인근해역 수색 #정부 고위층선 송환 때까지 몰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이 송환 방침을 발표할 때까지 나포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국회에서 발언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안일한 안보의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동해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0시31분 포항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391흥진호(선장 등 10명 승선)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뒤 ‘위치 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정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이후 40분 만인 오후 11시11분 이런 내용을 해군1함대사령부에 전파했다. 해군1함대사령부는 동해의 경비를 맡고 있다. 391흥진호가 조난과 전복 등 사고 뿐 아니라 나포 당했을 가능성에 대비한 신속한 조치였다.

동해해경서의 보고를 받은 해경 본청은 이튿날인 22일 오전 8시2분 청와대와 총리실·해양수산부·국가정보원·해군작전사령부·중앙재난상황실 등 관계부처에 같은 내용을 추가로 전파했다. 군의 항공 수색, 통신사 협조 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일본과 러시아·중국 등 인접 국가에도 전화와 공문을 통해 391흥진호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해경은 함정 20척과 항공기 9대를 투입, 동해 인근 해상과 영공을 광범위하게 수색했다. 동해 해상을 지나는 선박에 391흥진호를 발견하면 통보해 달라는 요청도 교통문자방송(NAVTEX)으로 보냈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이 마지막으로 위치를 보고한 지 36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되지 않으면 수색에 착수한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가용한 수단을 동원했고 내부에서는 납북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불법 조업을 하느라 고의로 연락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지만 선주와도 통화가 되지 않아 나포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군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해경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3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391흥진호의 GPS 플로터(해양 내비게이션)를 분석한 결과 391흥진호는 한·일 공동어로 수역에서 북한 해역으로 50마일(약 85㎞) 진입해 20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선장과 선원에 대한 조사에서 391흥진호가 저동항을 출항할 때부터 선장이 선박자동입출항장비(V-PASS)의 전원을 끄고 운항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주 감포 선적인 391흥진호는 10월 16일 복어잡이를 위해 울릉도 저동항을 출항했고 같은 달 21일 오전 1시30분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이후 22일 오후 원산항으로 예인돼 인적 사항과 조업지·월선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27일 오후 10시16분쯤 속초항으로 귀항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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