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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우승 이끈 양현종 “해외 진출? 고향팀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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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고 마운드 위에서 환호하고 있는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 [뉴스1]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고 마운드 위에서 환호하고 있는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 [뉴스1]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29)은 ‘호랑이’ 밖에 모르는 바보다. 야구선수로서 목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타이거즈 역사에 남는’이란 수식어를 자주 붙인다. 1988년 3월1일 광주에서 태어난 양현종은 해태 타이거즈의 야구를 보고 자랐다. 광주 학강초-동성중-동성고를 거쳐 해태 타이거즈 역사를 이어받은 KIA 타이거즈에 2007년 입단했다. 이후 11시즌 동안 쑥쑥 자라 팀의 대표 투수로 성장했다. 그런 양현종이 가장 원했던 꿈은 ‘KIA 우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었다. 2017년 10월30일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11번째 한국시리즈 제패 주역 #광주서 나고 자란 ‘호랑이 바보’ #“타이거즈 역사에 남는 게 목표” #선발·마무리 안 가리고 승리 지켜 #자유계약 자격 돼 몸값 치솟을 듯 #작년처럼 팀에 다시 남을지 주목

양현종은 30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의 11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7-6으로 앞서 있던 9회 말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KIA 3루수 김주형의 악송구로 만루위기를 맞았지만 양현종은 침착하게 가장 자신있는 직구를 던졌다. 전광판에는 시속 146㎞가 찍혔다. 두산 박세혁은 유격수 뜬공, 김재호는 포수 파울플라이로 고개를 숙였다. 양현종은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내 직구를 믿고 힘껏 던졌다”고 했다. 악송구 실책을 범했던 김주형은 양현종에게 달려와 “내가 광주로 못 돌아갈 뻔했다. 네 덕분에 살았다”며 고마워했다.

KIA는 4차전까지 3승1패로 우승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었다. 비록 광주 홈이 아니지만 5차전이 열리는 서울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이범호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6회까지 7-0으로 앞서나갔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KIA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보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투표 용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의 MVP 수상이 유력했다.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 출전해 타율 0.526(19타수 10안타)·1홈런·7타점으로 활약했다. 4,5차전 결승타도 쳤다.

하지만 KIA 선발 헥터가 7회 말 무너지면서 두산이 7-6까지 따라붙자 6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양현종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양현종은 “잘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6차전 선발인 내가 등판하고도 진다면 부담감을 많이 느낄 것 같았다. 9회까지 7점을 쌓아온 선수들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오르자 KIA 팬들은 “양현종”을 연호했다. 기자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버나디나에게 찍었던 표를 양현종에게 주겠다는 기자들이 속출했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승1세이브(10이닝 4피안다 무실점)를 기록한 양현종은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74표 중 48표를 얻어 버나디나(24표)를 제치고 MVP를 차지했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KIA 구단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일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도 제시받았다. 그 사이 KIA 구단은 FA 최형우와 4년간 100억원에 계약을 끝냈다. 양현종을 잡고 싶어도 초대형 계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랑이 바보’ 양현종은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며 1년간 2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올해 다시 FA 시장에 나온 양현종의 몸값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MVP가 유력하다. 프로야구 36년 사상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한 사람이 같은 해에 석권한 경우는 없었다. 양현종은 “타이거즈를 사랑한다. 해외나 다른 팀보다는 KIA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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