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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 롯데, 화학이 그룹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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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롯데그룹이 사업구조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래 50년 동안 국내 대표 ‘식품·유통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면, 향후 50년은 ‘글로벌 화학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어한다. 이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롯데지주를 공식 출범시키며 ‘뉴롯데’를 선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미래 청사진과도 직결된다.

“올해 화학부문이 그룹이익 60%” #사드 사태로 유통으론 한계 절감 #해외 화학기업 인수도 적극 나서

핵심은 롯데케미칼·롯데첨단소재·롯데정밀화학 등 화학부문 계열사들의 뛰어난 성장세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화학부문은 올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그룹 영업이익 5조6000억원의 절반(50.6%)이 넘는 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화학 기여도가 한층 커진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롯데 고위 관계자는 “면세점과 백화점, 마트가 내수 침체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 쪽이 그야말로 그룹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 부문 주축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국내 1위 LG화학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정도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은 1월부터 누적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세운 2조5000억원 기록을 올해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7662억원으로 7897억원이란 분기 최대 기록을 올린 LG화학에 다소 뒤졌다. 하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롯데케미칼이 19.1%로 LG화학의 12.3%에 앞서 ‘내실경영’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도 실적 개선에 가속도가 붙였다. 3분기에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동기대비 194% 증가한 2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롯데첨단소재도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대를 돌파했다.

롯데 화학부문의 호실적은 유례없이 좋았던 업황 덕이 크다. 하지만 롯데 내부에서는 이런 외부 요인보다 그동안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인수합병(M&A) 등 롯데그룹이 한 굵직굵직한 투자는 화학 부문에 집중돼 있다. 이를 진두지휘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식품·유통 사업만으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화학 분야 육성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이런 투자 효과는 원료 수급 다변화와 판매 시장 확대라는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만든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MX(혼합자일렌) 생산에 돌입해 롯데케미칼 원료 안정화에 기여했다. 2006년 미쓰비시레이온과 합작한 롯데MRC, 2013년 미쓰이화학과 손잡고 설립한 롯데미쓰이화학, 지난해 민관합작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마련한 가스전 화학단지 등도 실적 제고에 기여했다.

2015년 말 3조원을 쏟은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첨단소재 인수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기반이 됐다. 석유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올 상반기 여수에 저탄소·에너지효율 소재인 고부가 합성고무(SSBR·EPDM) 설비를 완공해 연말 생산을 앞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앞으론 화학부문 해외시장 투자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투자관광청장과 만나 현지 화학부문 투자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다음 기회는 동남아 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을 현지 증시에 상장시켰고 이를 통해 확보한 1조원의 자금을 동남아 신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사 중 최초로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분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에 저가의 셰일가스를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고 기존 사업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30억 달러를 들여 지난해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계약을 했으며 2019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기공식에서 “이번 합작사업은 롯데케미칼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롯데케미칼이 그룹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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