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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때처럼 여야 초월해 대북정책 국론 결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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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아시아 순방(11월 3~14일) 때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배치하는 날이 오더라도 한·일을 위한 미국의 핵우산은 한 치의 흔들림이나 주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 한·일 국민을 안심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이런(핵우산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 효과와 함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국가안보전략연 심포지엄 연설 #한반도 핵우산 흔들림 없다는 점 #트럼프 이번 방한 때 확인 받아야 #가능한 방법 총동원해 대북압박 #핵무장 완성 전, 협상 테이블로 유도 #남북, 북·미 투트랙 대화 채널 가동 #한국이 공존 위한 합의 만들어내야

홍 이사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조동호)과 미국의 국제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C)이 공동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평화를 향한 동행’)에서 ‘위기의 한반도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또한 홍 이사장은 “대북 정책에 대한 국론 결집”을 시급한 정부 과제로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독일 통일의 요인 중 하나는 여야를 초월한 일관된 대동독 정책 추진이었다”며 “지금처럼 각 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안보 문제를 재단한다면 남남 갈등의 바람을 타고 한반도 위기의 불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애틀랜틱카운슬(AC)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스1]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애틀랜틱카운슬(AC)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스1]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 전문

◆‘평화 속의 비핵화’가 지상명령=홍 이사장은 연설에서 “김정은의 핵무장 완성 전 질주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이사장은 “전쟁은 재앙이며, 한국인들에게 부여된 지상명령은 평화 속의 비핵화”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은 존중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미국의 대북 기본 원칙인 ‘4No(북한의 정권 교체, 붕괴,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 38선 이북으로의 미군 이동도 하지 않음)’를 언급하며 “의미 있는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나 특사가 직접 평양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미국의 ‘4No’ 원칙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우발적 요인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핵무장 완성 전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해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대북 원유 공급 추가 차단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추가 감축 ▶각국의 대북 외교 관계 축소 및 단절 등을 예로 들며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외교적 고립을 극대화함으로써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몰아가야 한다”고 했다.

◆민간 막후 채널 풀가동해 북과 대화 시도=홍 이사장은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문화·스포츠 분야를 망라한 민간의 모든 막후 채널을 풀가동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핵 포기에 따른)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괄적 타협안을 한·미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이사장은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알카다피와 달리 비핵화를 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김정은에게 심어 줘야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남북 및 북·미 간 투트랙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기 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공존을 위한 합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국이 하기 바란다”고 했다.

◆중·러 협력 끌어낼 적기=홍 이사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에 들어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사태 전반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지금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외교를 펼칠 수 있는 적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은 공동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요청했다. 그런 뒤 “북·미 간, 남북 간 대화의 종착역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의 평화·공존·번영”이라고 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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