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 서면 의료관광거리 10년간 공들였더니…"압구정 뺨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 안과병원에서 베트남 환자가 안저 촬영기로 검사를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 안과병원에서 베트남 환자가 안저 촬영기로 검사를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남말라이”(nhammallai, 눈을 감으세요)

2016년 부산 찾은 외국인 환자 전년比 34.3%↑…전국 증가폭보다 11%p 높아 #특히 베트남 환자 전년比 271.7%로 급증…“의료수준 높고 친절해서 신뢰간다”는 평 #의료-호텔-여행사-보험사 손잡고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 내놓는 등 오감만족 서비스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 위치한 A안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 노티우항(27)은 통역이 시키는 대로 30분간 6개 장비로 20가지 안과 관련 검진을 받았다. 양쪽 시력 차이가 크다는 검사결과에 따라 노티우항은 시력교정수술인 ‘릴렉스 스마일’을 권유받았다. 노티우항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의료진은 “오늘 오후 시력교정수술을 받아도 다음날 부산 관광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해줬다. 노티우항은 곧바로 수술을 결심했다.

부산이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에게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부산에 유치한 외국인 환자는1만7505명으로 전년(1만3028명) 대비 34.4%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환자증가 폭은 22.7%(29만6889명→36만4189명)에 그쳤다.

지난 27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서면메디컬스트리트 축제' 일환으로 체험부스가 마련되자 외국인 관광객이 성형 상담을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 27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서면메디컬스트리트 축제' 일환으로 체험부스가 마련되자 외국인 관광객이 성형 상담을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외국인 환자 증가 추세에 맞춰 부산 최대 중심지인 서면에는 '메디컬스트리트'가 조성돼 있다. 부산에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167개 가운데 90곳이 서면에 몰려 있다.
염동섭 부산시 의료산업과장은 “서울 압구정은 성형외과가 밀집돼 있지만, 부산 서면에는 성형외과부터 피부과·안과·한방은 물론 갑상선 치료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며 “병원 밀집도로 따지면 부산 서면이 전국 1위”라고 자부했다. 의료서비스만으로는 외국인 환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의료기관 28곳은 호텔·면세점·여행사 등 8곳과 손잡고 ‘서면메디컬스트리트 의료관광협의회’를 2009년 결성했다.

의료·숙박·관광·세미나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협의회 소속 통역을 배치해 필요한 의료기관에 바로 파견해준다. 2011년부터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의료관광 축제를 열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7회 서면메디컬스트리트 축제에는 의료종사자, 외국인 환자, 외국인 관광객 등 1만여 명이 참가했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피부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가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서면에 위치한 피부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가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축제 현장에서 만난 부산롯데호텔 김성환 대표는 “공항에서 픽업 서비스는 물론 호텔에 4시간 먼저 체크인이 가능하며, 피부과 진료로 얼굴에 열이 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해 호텔에 얼음팩을 준비해두고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더니 외국인 환자의 재방문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의료관광에 공을 들여 중국 상무부 인증(CKA)을 받은 호텔이 부산에만 10곳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의료관광협의회가 주도해 부산 서면을 찾는 중국 환자를 겨냥해 국내 최초로 의료사고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패키지 상품을 올해 초 개발했다.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지역 의료수준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수술 이후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수술법이나 의료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수술 다음날 수영을 해도 상관없는 ‘릴렉스 스마일’ 시력교정수술은 독일 장비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국내 보급된 40대 가운데 5대가 부산에 있다.

점을 빼는 간단한 시술도 곧바로 야외활동이 가능한 최신 시술법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 27일 부산 서면에 있는 피부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 팜티김완(50)은 얼굴에 있는 점을 빼고 기미 제거 시술을 받았다. 얼굴에 마취연고를 바른 지 20분 후 시술에 들어갔고 5분 만에 끝났다.
팜티김완은 “베트남에서는 스파를 하면서 간단하게 마사지 받는 정도였는데 오늘 처음 시술을 해봤다”며 “한국 의료진은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친절해서 신뢰가 간다”며 만족해했다.
시술을 맞친 피부과 김양제 원장은 “보통 점을 빼면 밴드를 얼굴에 붙여야 하지만 최근 개발된 의료장비는 곧바로 햇빛에 노출돼도 상관없다”며 “외국인 환자들은 관광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의료장비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피부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가 피부 재생 시술을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서면에 위치한 피부과를 찾은 베트남 환자가 피부 재생 시술을 받고 있다. 이은지 기자

2016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 환자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러시아(5162명), 중국(3073명), 베트남(1513명), 일본(1311명) 순으로 많다. 전년대비 증가 폭은 베트남이 271.7%로 가장 높다.

부산은 특히 큰 손이 많이 찾았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 환자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기준 200만원으로 서울(268만원), 경기도(207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외국인 환자 숫자로 따지면 서울·경기·대구·부산 순이지만 1인당 진료비는 부산이 대구보다 30만원 더 많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