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후원받은 이영학, 13년간 쓴 딸 병원비는 고작 ‘750만원’

중앙일보

입력

과거 방송에 출연해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던 이영학.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과거 방송에 출연해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던 이영학.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13년간 딸 치료비 명목 등으로 약 13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이영학(35·구속)이 실제로는 750만원의 병원비만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2억원 안팎을 썼을 것이라는 경찰의 추정보다 훨씬 줄어든 금액이다.

30일 이영학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영학 딸이 치료받은 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영학이 총 750만원의 병원비를 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딸 병원비를 복지 재단에서 직접 병원에 내주면서 이영학이 낸 병원비는 더 줄어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영학의 후원계좌 3개를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억8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서울대병원’으로 송금된 금액이 2억원가량에 달했지만, 실제 병원비는 750만원만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나머지 금액을 이영학이 빼돌린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이영학이 수신자명을 ‘서울대병원’으로 임의 조작한 후 다른 계좌로 송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병원비가 송금된 계좌를 추가 분석 중이다.

이에 따라 이영학이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고 정작 후원금 대부분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기부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영학의 신용카드와 계좌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용처를 찾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