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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만해도 너구리눈 된다, 바꿔라" 했던 김정은,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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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아름다워 지려는 여성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게 되었다"…북한 ‘너구리 눈’ 여성 없어 지려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민생 챙기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북한 관영 언론들은 29일 김정은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통상 김정은의 현지지도 다음 날 북한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해 온 점을 고려하면 그의 평양화장품 방문은 28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지난 19일(보도일 기준) 류원신발공장에 이어 10일 만이다. 두 차례 연속으로 부인 이설주도 동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부인 이설주(오른쪽 둘째)도 동행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부인 이설주(오른쪽 둘째)도 동행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특히 김정은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발사 장면을 참관한 이후 6차례의 공개활동을 했는데, 이 중 4번이 경제 관련 분야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올해 들어 한 76차례의 공개활동 중 절반 가까운 37번이 핵이나 미사일 등 군 관련 분야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경제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모양새 “라고 말했다. 지난 7일과 13일 각각 노동당 전원회의와 만경대혁명학원 창립 기념일을 맞아 현지지도를 한 통상적인 통치 활동을 제외하면 9월 중순 이후 모든 현지지도가 경제 분야인 셈이다. 당국자는 “김정은은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내세우고 있다”며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판단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경제를 챙기는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신발이나 화장품 등 당장 먹고사는 분야가 아닌 공장을 챙기는 것도 대북 제재에서 ‘여유’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련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련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이날 방문한 평양화장품 공장은 평양의 대성구역(한국의 ‘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은하수’라는 브랜드의 화장품과 치약, 세숫비누 등을 생산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공장이다. 1957년 설립된 뒤 2000년대 중반 생산 설비를 현대화했다. 북한에서 살결물이라고 불리는 스킨이나 물크림(로션), 크림, 분크림(파운데이션), 겔(젤)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현대화 이후에는 자외선차단 제품이나 개성인삼을 이용한 건강 화장품도 내놨다.

"국산은 하품만해도 너구리눈 된다. 바꿔라" #김정은 2년 8개월만에 평양화장품공장 찾아 #9월 중순 이후 경제분야에 집중하는 현지지도 #"핵경제 병진 강조, 국제사회 대북 제재 여유 과시"

평양화장품공장의 생산 제품. 이 공장은 '은하수'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중인데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와 북한 화장품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평양화장품공장의 생산 제품. 이 공장은 '은하수'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중인데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와 북한 화장품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하지만 2015년 2월 김정은이 이곳을 방문해 여성 눈화장품인 마스카라를 보며 “외국의 제품들은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하더라도 (나온 눈물에 의해 화장품이 번져)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김정은)가 도와 줄테니 공장을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현대적인 공장으로 일신시키자”고 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공장의 제품이지만 색조화장품의 번짐현상을 꼬집으며 제품의 질 향상을 주문하며 10년 만에 다시 공장 설비를 교체한 것이다. 이런 지적에는 은하수관현악단 단원으로 많은 무대 분장을 하며 화장품을 써 봤던 이설주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설주는 김정은과 결혼 뒤 샤넬 등 고가(高價)의 외국 유명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결혼전 예술인 양성 전문학교인 금성학원과 악단원 활동 때는 북한산을 사용하며 자연스레 외국제품과 비교가 가능했던 것이다.

김정은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하며 공장의 전시실에 앉아 생산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하며 공장의 전시실에 앉아 생산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언론들에 따르면 공장은 김정은의 지시 이후 2만 9200㎡의 공장을 건축하고, 281종, 1122대의 새로운 설비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연간 1500만개의 화장품과 용기 1000만개, 세수비누 2000t 등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이번 현지지도에서 김정은은 “아름다워 지려는 여성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양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북한 여성들의 ‘너구리 눈’이 더 이상 없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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