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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어디로 가야하나, 서양 고전에 길을 묻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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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상을 뒤흔든 사상 표지

세상을 뒤흔든 사상 표지

세상을 뒤흔든 사상: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
김호기 지음, 메디치

독서인들은 책에서 길을 찾는다. 길잡이가 되는 책이 고전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고전의 산맥에서 지금 나에게 바로 도움 되는 책을 뽑아 들기란 쉽지 않다. 나보다 앞서 길을 낸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간도 그런 길잡이 책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안내자로 나섰다. 그가 선택한 40권의 책을 소개한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서구에 출간돼 ‘현대 서양 사상’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을 골랐다.

눈에 띄는 것은 ‘균형’이다. 우선 책 선정에서 보수와 진보, 미국 학계와 유럽 학계,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그렇게 선정된 책을 서술할 때도 마찬가지다. 찬사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을 둘러싼 논쟁을 적절히 덧붙여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예컨대 맨 앞에 소개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1984』는 흔히 보수적 시각으로 전체주의를 비판한 책으로 여겨지곤 한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1984』는 냉전시대 어느 한쪽을 편드는 책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에 대한 선구적 통찰을 제시한 책으로 되살아난다. 또 1990년대 이후 정보사회가 진전되면서 오웰이 전망한 디스토피아가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1984』는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로버트 달의 『경제민주주의』,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 등 문학·역사·철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 분야를 망라하는 책들이 이어진다. 각각의 고전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서술해 놓은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혔다. 짧은 시간에 지적 포만감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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