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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부인, 인사수석, 검찰총장 부인···숙명여고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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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졸업생 또는 배우자 중 주요 인사. 시계 방향으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조윤제 주미 대사, 문무일 검찰총장 [중앙포토]

숙명여고 졸업생 또는 배우자 중 주요 인사. 시계 방향으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조윤제 주미 대사, 문무일 검찰총장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명문 사학인 숙명여고 출신 인사와 그 부군(夫君)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국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는 조윤제 주미 대사의 부인 우선애씨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씨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 대사는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제 집사람은 (이름이) 착할 선(善), 사랑스러울 애(愛)”라며 “집사람이 셋째 딸인데 셋째 딸이 착하다고 해서 결혼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숙명여고 64기 졸업생으로 청와대의 인사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조현옥 인사수석과 고교 동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조윤제 주미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고 있다. 맨 왼쪽이 조 대사의 부인 우선애씨.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조윤제 주미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고 있다. 맨 왼쪽이 조 대사의 부인 우선애씨. [사진 청와대]

조현옥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튿날인 지난 5월 11일 ‘최초의 여성 인사수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7월 25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는 문 총장의 부인 최정윤씨도 동석했다. 당시 최씨가 조국 민정수석의 실물을 본 뒤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숙명여고 74기 졸업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최정윤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최정윤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취임한 박경서 회장의 부인 오영옥씨도 숙명여고 53기 출신이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명예회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그런 만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의 측근이 적십자 총재(현재 회장)를 맡곤 했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각각 적십자를 이끌었던 게 그런 예다.

지난 8월 31일에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에 백경희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탁됐다. 백 위원장은 숙명여고 64기로 조현옥 수석과 동창이다. 백 위원장은 청와대 발표 직후 논문 중복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논문 중복 게재로 문제가 돼 2013년에 과학지에 게재된 논문을 본인이 철회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검증 과정에서 알았지만 여러 덕목 때문에 발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손 의원은 숙명여고 62기 졸업생으로 숙명여중까지 합치면 6년 동안 숙명여중ㆍ여고에서 수학했다. 현재 특별한 당직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숙명여고 출신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단연 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다. 김정숙 여사는 숙명여중을 거쳐 1970년 숙명여고에 입학한 62기 졸업생으로 대선 기간에는 62기 대표를 맡기도 했다. 김 여사와 손 의원은 50년 가까이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 10일 모교 숙명여고를 찾아 은사와 동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 10일 모교 숙명여고를 찾아 은사와 동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문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서울 도곡동에 있는 숙명여고를 찾았다. 영부인으로서의 ‘첫 비공식 일정’을 모교 방문으로 잡으며 애교심을 드러낸 셈이다.

때마침 각기 동문 대표가 모여 회의하던 날에 김 여사가 깜짝 방문을 하자 참석자들은 김 여사를 크게 환영했고, 김 여사는 “제가 여성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이 곳에서 6년 동안 선생님들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허리굽혀 인사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취약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 등지에서 숙명여고 동문들이 기수별로 모여 물밑 지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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