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산경찰의 검찰 압박? 고래고기 사건 피의자 전격 영장신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경찰이 압수한 밍크고래고기를 검찰이 돌려준 것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들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로 전환하면서 검찰(검사)을 압박하고 나섰다. 강제수사는 관련자의 동의를 받아 조사하거나 자료를 제출받는 임의수사와 다르게 구속·압수수색처럼 강제성을 띤다.

지난해 4월 검찰이 피의자에게 고래고기 돌려줘 #울산청 지난 9월 수사 착수해 피의자 재조사나서 #피의자 강제수사해 검찰 문제 없었는지 조사키로 #경찰 “피의자들 증거 은폐에 배후 있을 것” #필요 시 담당 검사 소환하겠다는 의지 보여 #검·경 수사권 조정 부상한 시기라 더 주목

울산지방경찰청(울산청) 광역수사대는 “‘고래고기 불법 환부(還付) 의혹 사건’을 강제수사로 전환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그동안 소환 조사를 해오다 이날 고래 유통업자 등 당시 피의자 4명의 사전구속영장(3명)과 압수수색영장(4명 전원)을 검찰에 신청한 것이다. 고래고기를 돌려주라고 지시한 담당 검사의 결정과 피의자들이 선임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는지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이날 검찰이 영장 신청을 거부하거나 사건을 넘기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를 따져보고 계속 수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변동기 울산청 광역수사대장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점이 발견된다면 해당 검사를 소환할 수도 있다.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경찰 내 대표적인  ‘경찰 수사권 독립론자’로 검찰의 기소권·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는 황운하 울산청장이 수사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더구나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72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여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시가 30억원)을 검찰이 불법 유통업자 등 피의자들에게 돌려주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경찰은 불법 포획 여부를 가리는 고래연구소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검찰이 고래고기를 피의자들에게 돌려줘 같은 달 열린 울산 고래축제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됐다.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월 초 울산청이 관련 사실을 내사하던 중, 같은 달 13일 고래보호단체가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피의자 4명과 관련 업주들을 조사한 결과 피의자들이 지난해 4월 제출한 고래 유통증명서 59매 중 45매는 다른 고래의 유통증명서 사본이었고, 나머지 유통증명서도 세금계산서 등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래고기를 돌려 받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피의자들은 또 검거 당시 A냉동고의 356상자에는 합법·불법 고래고기가 섞여 있고, B냉동고의 497상자 중 244상자를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송치 후에는 B냉동고의 150상자와 플라스틱 2개 소쿠리 분량만 불법이라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압수물 대부분을 고래 유통증명서 제도가 시행(2011년)되기 전 구입해 보관중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종업계 업주들은 “고래고기는 1년만 지나도 색이 누렇게 변해 5~6년 동안 보관할 수 없다”는 상반된 진술을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말을 맞추고 증거 인멸을 시도해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고래고기 냉동창고 내부와 금융거래내역·통신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검찰이 피의자들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고래고기를 직접 돌려주도록 조치한 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때 검찰이 불법·합법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피의자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기를 남겨두고, 돌려받기로 한 703상자(21t)와 플라스틱 상자 35개 분량을 골라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피의자들이 지난해 7~8월 목포에서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 2마리를 구입해 유통한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변 대장은 “단속 당시에도 인적 드문 창고에서 불법 고래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는데다 피의자가 제출한 유통증명서와 일치하는 고래연구소 시료가 하나도 없는 점으로 미뤄 검찰이 돌려준 고래고기 전량은 애초 불법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래연구소의 유전자 감정 결과가 불법 포획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는 검찰 측 주장은 그동안 법원과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유전자 감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