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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울려퍼진 '터너 타임', 다저스 WS 1차전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터너 타임'은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에서도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저스틴 터너(33)의 활약을 앞세워 1차전을 따냈다.

다저스는 25일(한국시각) 홈 구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WS 1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3-1로 꺾었다. 다저스는 1988년 우승 이후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다저스는 1회 말 크리스 테일러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테일러는 휴스턴 선발 댈러스 카이클의 초구를 때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2, 3, 5회 세 차례 병살타가 나오면서 도망갈 기회를 놓쳤다. 휴스턴은 4회 초 알렉스 브레그먼이 클레이턴 커쇼의 직구를 받아쳐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저스엔 해결사 터너가 있었다. 다저스는 6회 말 2사 1루에서 카이클의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유독 가을만 되면 부진했던 다저스 에이스 커쇼는 7이닝 3피안타·11탈삼진·1실점 호투를 펼쳐 생애 첫 WS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다저스 셋업맨 브랜든 모로우와 마무리 켄리 잰슨은 8, 9회를 깔끔하게 막았다. 휴스턴 에이스 카이클은 6과3분의2이닝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터너는 '가을 사나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3, 6홈런, 26타점을 올렸다. 특히 이번 가을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선 결승 3점포를 터트렸고,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선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선 테일러와 함께 MVP에 올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만 4홈런, 14타점을 추가해 듀크 스나이더가 갖고 있던 다저스 선수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26개)과도 타이를 이뤘다. 극적인 순간 활약해 얻은 '터너 타임'이란 별명에 걸맞는 모습이다.

화려한 '황금수염'으로 유명한 터너는 인생역전의 대명사다. 2005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그는 뉴욕 메츠에서 백업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13시즌 뒤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주포지션인 3루와 2루에 데이비드 라이트와 대니얼 머피라는 올스타급 선수가 포진해있었기 때문이다. LA 인근의 롱비치 출신인 터너는 2014년 초청선수로 고향팀 다저스에 입단했다. 터너를 백업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다저스는 스플릿 계약을 제안했다. 보장연봉 20만 달러, 메이저리그에 있을 경우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의 평범한 계약이었다. 터너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메츠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가 '허슬 플레이가 부족해서'란 이야기를 들은 터너는 이를 악물었다. 개인코치인 더그 래타의 도움을 받아 타격폼에도 손을 댔다. 터너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다리를 들고 치는 스윙을 한다. 그는 레그킥은 유지하되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는 변화를 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3년 0.385였던 터너의 장타율은 이듬해 0.493으로 급등했다. 팀내 부상 선수가 생길 때마다 빈자리를 잘 메운 그는 2015년 5월 마침내 주전을 꿰찼다. 류현진의 형님으로도 유명한 후안 유리베가 애틀랜타로 이적한 것이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경험과 기량, 인품까지 빼어난 그는 단숨에 다저스의 클럽하우스 리더가 됐다.

터너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지난 겨울 다저스를 떠날 뻔 했다. 그를 붙잡은 건 팀 동료들이었다. 마찬가지로 FA 자격을 얻은 잰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퀴라소를 찾은 터너, 야시엘 푸이그, 스캇 밴슬라이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못 이룬 꿈을 이루자고 했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지구우승을 차지하고도 따내지 못한 우승반지였다. 결국 더 좋은 제안을 뿌리치고 잰슨은 5년 8000만 달러(902억원), 터너는 4년 6400만 달러(722억원)를 받고 다저스에 남았다. 터너는 지난 1월 재계약을 확정지은 뒤 "우리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팀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우승컵을 가져오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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