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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1mm 깨알고지’ 홈플러스 고객에 10만원씩 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6년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3개 시민·소비자 단체가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매매 혐의 재판에서 공개한 붙임자료. [사진 참여연대]

지난 2016년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3개 시민·소비자 단체가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매매 혐의 재판에서 공개한 붙임자료. [사진 참여연대]

경품행사를 통해 입수한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100억대의 이익을 거둔 홈플러스에 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개인정보에 따른 유출 피해가 없었고, 고객 부주의도 있었다며 배상금액은 1인당 10만원으로 결정했다.

24일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박미리)는 김모씨 등 4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김씨 등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대법원이 홈플러스의 행위가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겨 소비자를 기만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2014년까지 11회의 경품행사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712만 건을 수집, 그중 600여 만건을 보험사에 팔아넘기고 119억원을 벌었다.

홈플러스는 당시 응모권 용지에 해당 내용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용지에는 '보험상품 등의 안내를 위한 전화 등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는 고지 사항을 적었다. 하지만 1mm 크기의 작은 글자로 적어놨다. 또 하단에는 '기재/동의 사항 일부 미기재, 미동의, 서명 누락 시 경품 추첨에서 제외된다'는 사항을 붉은 글씨로 인쇄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응모권 뒷면에 기재된 동의 관련 사항은 소비자 입장에서 읽기 쉽지 않아 그 내용을 파악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 등 홈플러스의 고의적 위법행위에 본인의 정보가 판매할 목적에 수집됐고, 그중 일부가 보험사의 마케팅에 활용됐다는 점을 인식했을 때 기업으로부터 영리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 상당한 분노나 불쾌감을 고객들이 받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가적 개인정보 제공이나 유출이 없었고, 소비자의 성급함과 부주의도 원인이 됐다며 배상액 규모를 10만원에 결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홈플러스 사장과 회사 법인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처리자는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하고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는 개인정보보호원칙 및 법상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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