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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총선] 절망의 당이 된 희망의당…고개 숙인 '여걸' 고이케

중앙일보

입력

지구온난화 관련 국제회의 참석 차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2일 밤 일본 중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 관련 국제회의 참석 차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2일 밤 일본 중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신생 희망의당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의 얼굴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인기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던 초반 판세와 달리 민진당 리버럴계가 만든 또 다른 신당 입헌민주당에도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대항마를 자처하던 고이케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구체적인 결과는 더 참담하다. 지난 7월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가 만든 지역신당 ‘도민퍼스트회’를 1당으로 만들어줬던 도민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선거 과정에서 “국정(國政) 선거에 신경 쓰느라 도정(都政)을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였다.
결국 희망의당은 도쿄도에서 겨우 1석만 건졌고, 신당 창당을 도왔던 고이케의 최측근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도 지역구인 도쿄10구에서 자민당 후보에게 졌다.
투표 전날 밤 고이케는 지구온난화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이튿날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고이케는 파리에서 일본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패를 인정하며 “교만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특히 선거 때 민진당의 합류 선언 국면에서 민진당 내 리버럴파를 겨냥해 “선별해 받겠다”고 말해 데 대해선 “불쾌한 마음이 들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배제 발언으로 야권이 분열되면서 자민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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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 대표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고이케는 “신당을 세운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도 당 운영에 책임을 갖고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이 집행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당분간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지난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연대하며 도정을 함께 이끌고 있는 공명당의 분위기다. 당초 공명당은 고이케가 신당 대표를 맡는 데 반대했다. 국정에선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입장에선 고이케의 행동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도의회에서 공명당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질지를 두고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합류했던 민진당계 인사들의 이탈도 고이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선거 막판 선전하면서 야 1당이 된 입헌민주당 위주로 야권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고이케 입장에선 가시밭길이 펼쳐진 셈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홈그라운드 도쿄도에서도 참패, 겨우 1석 건져 #출구조사 결과 나오자 "교만했다" 완패 인정 #야권 분열 '배제' 발언…아베는 어부지리 대승 #선거 만류했던 공명당 반발…도정도 험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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