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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젊은층 줄고 '수혈' 노인 늘어…빨간불 켜진 혈액 수급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랑의 릴레이 헌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경찰관. 학생, 군인 등 헌혈에 나서는 젊은 층이 갈수록 줄면서 혈액 수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랑의 릴레이 헌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경찰관. 학생, 군인 등 헌혈에 나서는 젊은 층이 갈수록 줄면서 혈액 수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합뉴스]

거리를 지나다 보면 '1+1 영화예매권 증정' 등을 내건 헌혈센터를 종종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헌혈센터로 들어서는 발길은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처럼 헌혈에 나서는 젊은 층이 줄고 수혈 대상인 노인은 갈수록 늘면서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23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헌혈 현황 자료를 각각 분석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저출산에 헌혈가능인구 2020년 이후 줄어 #학생·군인 등 10~20대 헌혈자도 '감소세' #혈액 제제 쓴 노인은 4년 새 28% 늘어나 #공급 내리막인데 수요는 꾸준히 증가 양상 #'위기경보' 잦아지는 등 공급 불안정 심화 #"헌혈층 다양화, 헌혈 장려 문화 확산해야"

  오 의원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헌혈가능인구로 분류되는 15~69세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주 혈액 사용층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0~2050년 991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7월 초 헌혈자 없이 텅 비어 있는 '헌혈의 집'. 방학이나 휴가철에는 헌혈에 나서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혈액 공급도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지난 7월 초 헌혈자 없이 텅 비어 있는 '헌혈의 집'. 방학이나 휴가철에는 헌혈에 나서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혈액 공급도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연간 전체 헌혈량의 70~80%를 차지하는 젊은 층의 감소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10~20대 헌혈자 수는 2014년 222만명에서 지난해 193만명으로 30만명 가까이 줄었다. 헌혈의 '주축'인 학생·군인 등의 참여가 줄어들면 전체 헌혈량도 휘청거린다는 의미다. 반면 혈액 제제를 사용한 노인 수는 2012년 32만명에서 지난해 41만명으로 28% 늘어났다.

혈액 공급이 불안정할 때 내려지는 '혈액 보유 위기경보'는 2014년 63일에서 지난해 242일로 늘었다. [자료 오제세 의원실]

혈액 공급이 불안정할 때 내려지는 '혈액 보유 위기경보'는 2014년 63일에서 지난해 242일로 늘었다. [자료 오제세 의원실]

  이처럼 헌혈에 따른 혈액 공급은 내리막길인데 각종 질환에 따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 2015년 95.4%였던 국내 헌혈 자급률은 올해 65% 내외로 급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공급량도 2014년 627만 유닛에서 지난해 589만 유닛으로 감소했다. '심각-경계-주의-관심'으로 구분되는 혈액 보유 위기경보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2014년 63일만 내려졌던 위기경보는 지난해 242일로 껑충 뛰었다. 특히 혈액 보유량이 2~3일 치만 있는 '주의' 단계는 2014년 하루도 없었지만 지난해 60일로 급증했다.

헌혈받은 혈액을 상자로 운송하는 모습. [연합뉴스]

헌혈받은 혈액을 상자로 운송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제세 의원은 "인구 변화에 맞춘 안정적 혈액 수급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장년층의 낮은 헌혈 참여율을 끌어올려 10~20대에 집중된 헌혈층을 다양화하고, 직장인 헌혈 공가 사용 일반화 등 헌혈을 장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의원도 "헌혈 문화 확산, 젊은 층의 헌혈 참여 인식 제고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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