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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m넘는 높이에 쇠못까지···모습 드러낸 '트럼프 장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럼프 행정부 반이민 정책의 상징인 '멕시코 국경 장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 강조해온 멕시코 국경지역 장벽 설치를 위한 시제품이 나온 것이다.

지하로도 1.8m 깊이…트럼프 반이민정책의 상징 # 3200km구간에 16조원 들여 공사 예정 # 멕시코 비용부담 거절, 캘리포니아주는 위헌 소송도

미 NPR방송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내 6개 건설 업체들이 약 3주 전부터 멕시코 국경과 접하고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트럼프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장벽들은 미 정부가 실제로 활용할 장벽은 아니고 시제품이다. 업체들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시제품의 종류는 총 8개로 그 중 4개는 강화 콘크리트, 나머지 4개는 강철과 콘크리트로 제작됐다. 장벽 끝에 쇠못을 박은 제품도 있다. 높이는 모두 9m가 넘는다. 장벽의 최소 높이는 5.5m로 규정됐지만 시제품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2배 가까이 높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저히 넘어올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높이를 원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사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건설하고 있는 멕시코 장벽 시제품. [NPR 홈페이지 캡쳐]

업체들이 건설하고 있는 멕시코 장벽 시제품. [NPR 홈페이지 캡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시제품 장벽 건설을 위해 6개 건설업체에 총 2000만 달러(약 226억6000만원)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장벽 건설을 완료하며 이후 CBP의 심사가 이뤄진다. CBP는 3가지 기준으로 장벽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CBP 샌디에이고 지부는 NPR에 “넘기 어려워야 하고, 관통하기 어려워야 하고, 지하로 터널을 파기도 어려워야 한다”고 밝혔다. 장벽은 지하로도 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를 사용해 4시간 넘게 작업해도 부서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경장벽 시제품이 건설 중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경장벽 건설이 인신매매, 마약 거래, 테러리즘을 뿌리 뽑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전체 길이 3140km에 달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공화당은 120억∼150억 달러(약 13조6000억∼16조9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 추정치는 120억 달러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120㎞ 구간의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16억 달러의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설치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멕시코는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한편 하비에르 베세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정책을 지방정부에 강요할 수 없도록 한 수정헌법 10조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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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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