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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델타항공 A350 공개...1등석 없애도 '호텔'같이 안락

중앙일보

입력

너무 편한 ‘퍼스트클래스’와 너무 불편한 ‘이코노미’. 양극화됐던 비행기 여행 시대가 저물고 있다.

좌석 26%가 '비즈니스'+'프리미엄 이코노미' #'생존'위해 IT등에 4조5000억원 현금투자 #배스티안 CEO "인천공항이 델타의 허브될 것"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열린 델타항공 A350-900 체험 행사.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열린 델타항공 A350-900 체험 행사.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에 세계 65개 미디어를 초청해 새로운 여객기와 서비스를 공개했다. 델타가 낙점한 차세대 항공기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A350-900이다. 에너지 효율이 기존 모델보다 20% 향상돼, 한번 주유로 뉴욕과 런던을 왕복 운항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건 기종의 특성과 결합한 델타의 과감한 ‘서비스 실험’이다.

델타항공 A350-900모습.

델타항공 A350-900모습.

 이날 오후 약 2시간 동안 A350-900를 직접 타고 비행해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석이다. 전체 306석 중에 1등석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비즈니스석을 업그레이드한 ‘델타 원 스위트(Suite)’ 32석과 이코노미석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셀렉트’ 48석을 새롭게 만들었다.

델타

델타

 스위트는 호텔 객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 ‘투숙객’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좌석에는 미닫이문이 달려 복도와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다. 문에는 ‘방해하지 말라’는 표시등도 달렸다. 강력히 쏘아내리는 직접조명 대신 은은한 간접조명을 달았다. 새어 나오는 조명의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좌석은 180도로 펴진다. 키가 187㎝라는 한 외국 남성은 “누워보니 살짝 발끝이 닿는 느낌이 있지만, 발아래 공간이 있어 완전히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좌석 곳곳에 공간이 많아 따로 식사용 테이블을 펴지 않아도 물잔이나 책, 각종 소지품 등을 둘 수 있다.

 델타 원 스위트에 누운 모습.

델타 원 스위트에 누운 모습.

 1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업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다만 화면 크기보다 거리가 가까워 눈이 피로한 느낌이 있었다.

 프리미엄 셀렉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넓은 이코노미석’이다. 좌석 앞뒤 거리가 97㎝나 되고 발 받침대도 있다. 머리받침이 좌우로 굽혀지고 상하로 움직여 목배게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았다. 델타는 일반석과 프리미엄 셀렉트 간 가격 차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A350-900을 도입한 아시아나항공의 ‘한국-미국’ 왕복 항공권 가격의 경우 이코노미석을 업그레이드한 ‘이코노미 스마티움’이 이코노미석보다 약 30만원 정도 비싸다.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 좌석.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 좌석.

 델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정보기술(IT) 서비스다. 비행 중에도 기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2.87 Mbps, 업로드 속도는 0.94 Mbps로 꽤 빨랐다.

기내 와이파이 사용모습.

기내 와이파이 사용모습.

 수속 과정에 ‘생체인증시스템’도 도입했다. 여기에는 지문과 안면인식 기술 등이 사용됐는데 미국 교통안전청(TSA) 등과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을 협업하고 있다.

셀프수화물 위탁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는 델타직원.

셀프수화물 위탁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는 델타직원.

 생체인증시스템을 통해 셀프 체크인은 물론 직접 수하물을 부칠 수 있는 ‘셀프수화물 위탁 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다. 에드 배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IT등 새로운 시스템에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했다”며 “90년(1928년 설립) 델타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라고 강조했다.

델타항공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에드 배스티안 CEO.

델타항공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에드 배스티안 CEO.

 항공기만 약 900대를 보유하며 세계 최대 항공사로 군림해 온 델타항공이 전례없는 ‘현금 투자’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전 세계적으로 여행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극소수를 위한 초고가의 좌석이나 틀에 박힌 서비스를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것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최근 대형 항공사들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노선과 수익을 공유하며 LCC가 따라오기 힘든 장거리 및 환승 노선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한항공-델타 조인트벤처도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델타가 취항하는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에드 배스티안 CEO는 “지금까지 델타의 허브였던 일본은 점점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인천이 델타의 허브공항으로서 ‘기회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틀랜타(미국)=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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