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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긴급조치 9호' 위반 피해자 145명 직권 재심청구

중앙일보

입력

박정희 정권 때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려고 시행됐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이들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1975~1979년 동안 유지돼 #체포와 불법 구금 자행 근거 #2013년 헌재, 대법원 위헌 결정 #검찰, "국가배상 청구 가능할 것"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모씨(당시 30세) 등 132건 145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1971년 학장이름으로 휴업공고가 나붙은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등교했던 학생들이 되돌아가고 교수, 직원들도 신분을 확인받은뒤 출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1971년 학장이름으로 휴업공고가 나붙은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등교했던 학생들이 되돌아가고 교수, 직원들도 신분을 확인받은뒤 출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긴급조치는 1972년 10월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1974년부터 이듬해 5월까지 9차례에 걸쳐 발동했다. 비상계엄과 긴급조치 발동에 따라 일부 헌법의 효력이 중지되고 국회가 해산됐다. 대학생들의 집단행동이 금지되고, 대학교는 강제 휴업 조치가 이뤄졌다.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사회계 인사들이나 유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불법 구금됐다.

 9호는 1975년 5월 13일 제정돼 박 전 대통령 서거 후인 1979년 12월 7일까지 4년여간 시행됐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세웅 신부 등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201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국민주권주의에 비추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위헌 결정했다. 같은 해 4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같은 이유로 긴급조치 4호에 대해서도 위헌을 선언했다.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된 대학생들의 반정부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21일 1970년대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같은 해 4월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도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21일 1970년대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같은 해 4월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도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중앙포토]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된 이들은 485건 996명에 이른다. 이 중 420여 명이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당시 불법구금됐던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우선 긴급조치 9호 위반 피해자에 대한 직권 재심 청구를 진행한 뒤 1호, 4호 등 위헌 결정이 난 다른 조치 피해자들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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