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프로농구 도장 깨기'...주인공은 429호실 사나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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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창원 LG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드 김시래와 센터 김종규. [사진 KBL]

프로농구 창원 LG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드 김시래와 센터 김종규. [사진 KBL]

 '식신의 아이들'이 '프로농구 도장 깨기'에 나선다. 신임 사령탑 현주엽(42) 감독이 이끄는 창원 LG가 올 시즌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가드 김시래-센터 김종규 LG 2연승 합작 #현주엽 부임 후 오리온-삼성 연파 이끌어 #19일 '문경은의 SK' 상대로 3연승 도전

LG는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87-74로 이겼다. 앞서 고양 오리온을 꺾고 첫 승을 거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절친한 형이자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이상민(45)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삼성은 올 시즌 서울 SK, 전주 KCC 등과 함께 우승권에서 경쟁할 팀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초짜' 현 감독이 거둔 승리는 더욱 주목 받았다.

LG의 초반 상승세를 이끄는 주인공은 '429호실의 사나이들'이다. 훈련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올 시즌 선수단 숙소 429호를 함께 쓰는 리딩가드 김시래(28)와 센터 김종규(26)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김종규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현 감독이 '개조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점찍고 세심하게 공을 들인 선수다. 오프시즌 훈련 중 "종규야!"를 외치는 현 감독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현 감독의 열의를 읽은 김종규는 등번호를 스승의 현역 시절 백넘버인 32번으로 바꿔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프로농구 창원 LG 사령탑 현주엽 감독이 경기 중 센터 김종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KBL]

프로농구 창원 LG 사령탑 현주엽 감독이 경기 중 센터 김종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KBL]

현 감독이 김종규에게 채찍만 휘두른 건 아니다. 팀 내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김종규에게 룸메이트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여기서 선택 받은 인물이 김시래다. 후배를 룸메이트로 지명해 편히 생활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김종규는 2년 선배 김시래를 택했다. 현 감독의 기대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딩가드 김시래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선수는 방을 함께 쓰며 운동 뿐만 아니라 생활까지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평소에도 줄곧 붙어다니는 것은 물론, 경기장에서는 찰떡 호흡을 과시 중이다. 삼성전에서도 둘의 콤비 플레이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박빙의 리드를 유지하던 4쿼터 초반 김시래의 감각적인 패스 두 번이 김종규의 슬램덩크로 이어졌다. 김시래는 18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김종규도 골밑 몸싸움을 마다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1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보탰다.

경기 후 김시래는 "(김)종규와는 항상 잘 맞는다. 지난 시즌엔 나에게 2년 간의 공백이 있어서 복귀 직후 조금 삐걱댄 게 사실이지만, 올 시즌엔 함께 붙어 있다보니 호흡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올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 (김)시래 형이 좋은 패스를 많이 줬는데, 제대로 득점으로 살리지 못했다"면서 "다음 경기부터는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현 감독은 "(김)시래가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몸을 잘 만들었다. (김)종규는 아직까지 포스트업이 매끄럽지 못하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긴 어렵다. 계속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고 격려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삼성을 잡고 자신감을 끌어올린 LG의 '프로농구 도장 깨기' 다음 상대는 또 다른 우승 후보 서울 SK다. 문경은(46) 감독이 이끄는 SK는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답게 초반 2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간판스타이자 리딩 가드 김선형(29)이 17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발목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게 변수다. 현 감독은 "SK가 우승 후보인 건 맞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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