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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전 문재인의 첫 대북 독자제재 나오나...정부 "필요한 조치는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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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39;고심&#39;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7.10.12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경화 &#39;고심&#39;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7.10.12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방한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정세의 전환 계기를 마련한다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대북 독자 제재를 할지 여부는 이런 ‘긴밀한 공조’의 수준을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은 독자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지난 8월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20개 개인 및 단체)을 관보에 게재하는 식으로 ‘안내’만 했을 뿐이다.

독자 제재는 사실상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한국 기업이나 개인은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과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간의 금융 거래는 모두 끊겼기 때문에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사실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 국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문재인 정부 이전 한·미·일이 독자 제재에 있어 발표 시기와 내용 등을 긴밀히 조율하며 보조를 맞춰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북한의 자금줄을 파악하는 데 있어 한국이 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다. 지난달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는 북한산 섬유 수입을 금지했는데, 북한 섬유 제재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독자 제재에 이미 포함됐다. 제재 대상도 한국 정부가 먼저 지정한 개인이나 기관을 미·일과 안보리가 따라 제재하는 식으로 서로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speaks as he and Britain&#39;s Foreign Secretary Boris Johnson hold a press conference after their meeting on Libya at Lancaster House in London, Thursday, Sept. 14, 2017. (AP Photo/Matt Dunham, Pool)

U.S.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speaks as he and Britain&#39;s Foreign Secretary Boris Johnson hold a press conference after their meeting on Libya at Lancaster House in London, Thursday, Sept. 14, 2017. (AP Photo/Matt Dunham, Pool)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독자 제재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북한이 6차 핵실험(9월3일)을 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제재를 할지 말지에 대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북한 은행 10곳과 개인 26명을 새로 제재 대상에 올리는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지금까지는 대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한·미의 평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단결된 강한 제재를 실천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감 직후 기자와 만나 독자 제재에 대한 질문에 “필요한 조치들은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도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긴장 국면이 점점 극으로 치닫고 있는데, 독자 제재 시 이런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또 내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와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필요한 부분을 협의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독자 제재는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개인·단체도 제재)의 성격을 띠는 만큼 한·중 관계를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 동참할 수 있을 지도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 현황

국제사회 대북 제재 현황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번에도 독자 제재를 하지 않거나 관보에 게재하는 식의 제3의 방법을 택할 경우 대북 압박 공조에 소극적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간 북핵 대응 협력에 균열이 있는 듯한 신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고위급에서 북핵 관련 협의를 잇따라 할 예정이다. 북핵 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 참석차 방한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20일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18일에는 가자스기 겐지 일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협의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라는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에게 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가 특별히 독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섬유나 농수산물에서 중국산 위장물품을 좀 더 조사하는 등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 차단 노력을 선언적으로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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