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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던지는 선발...고정관념 깨는 메이저리그

중앙일보

입력

In this Sunday, Oct. 8, 2017, file photo, Boston Red Sox relief pitcher David Price delivers against the Houston Astros during the fourth inning in Game 3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in Boston. Injuries to Price and others during the season again stunted Boston in the playoffs and ended with its second straight exit in the division series. (AP Photo/Michael Dwy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In this Sunday, Oct. 8, 2017, file photo, Boston Red Sox relief pitcher David Price delivers against the Houston Astros during the fourth inning in Game 3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in Boston. Injuries to Price and others during the season again stunted Boston in the playoffs and ended with its second straight exit in the division series. (AP Photo/Michael Dwy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정관념의 파괴.

올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 시즌을 관통하는 화두다. 13일까지 치러진 MLB 포스트 시즌 19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던진 평균 이닝은 4.35이닝에 불과하다. 선발투수는 5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투수 자격이 주어진다. 6~7이닝은 소화해야 제 몫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선발투수의 소화 이닝이 5이닝 이하로 떨어진 것은 그래서 주목할만하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한 뒤 2~3이닝을 2~3명의 구원투수가 마무리하는 것이 현대 '분업야구'의 정석이다.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으면 빼어난 피칭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퀄리티 스타트'라고 부른다.

Houston Astros relief pitcher Justin Verlander follows through during the fifth inning in Game 4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against the Boston Red Sox, Monday, Oct. 9, 2017, in Boston. (AP Photo/Michael Dwy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Houston Astros relief pitcher Justin Verlander follows through during the fifth inning in Game 4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against the Boston Red Sox, Monday, Oct. 9, 2017, in Boston. (AP Photo/Michael Dwy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MLB에서는 선발투수의 소화 이닝이 줄어드는 추세다. 포스트 시즌에서 그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건 실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3.88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4.92로 껑충 뛰었다. 한 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6명(스테판 스트라스버그 2회)에 불과하다. 퀄리티 스타트는 10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감독들은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로 경기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운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을 하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가 일찍 교체되면 불펜의 부담은 가중된다. 그래서 정규시즌에서 선발로 활약한 선수들을 불펜으로 돌리는 일도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선발투수들이 이른바 '불펜 알바'를 뛰는 셈이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한 경기에서 2이닝 이상 투구한 구원투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규시즌 선발로 뛴 투수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연봉 3100만 달러를 받는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활용했다. 프라이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발로는 나서지 않았다. 2경기에 구원 등판했는데, 2차전에서 2와3분의2이닝, 3차전에서 4이닝 던져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보스턴은 선발 릭 포셀로와 크리스 세일도 불펜으로 기용했다. 휴스턴도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불펜으로 나섰다. 벌랜더는 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5회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승리를 따냈다. LA 다저스 역시 5선발 마에다 겐타를 셋업맨으로 활용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연승을 기록했다.

이런 선택이 늘 성공적이진 않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13일 시카고 컵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4-3으로 앞선 5회 초 에이스 맥스 슈어저를 투입했다. 4년 만에 구원 등판을 경험한 슈어저는 흔들리며 4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New York Yankees relief pitcher David Robertson looks back at the dugout after giving up a solo home run to Cleveland Indians&#39; Jay Bruce in the eighth inning of Game 2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Friday, Oct. 6, 2017, in Cleveland. (AP Photo/David Derm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 York Yankees relief pitcher David Robertson looks back at the dugout after giving up a solo home run to Cleveland Indians&#39; Jay Bruce in the eighth inning of Game 2 of baseball&#39;s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Friday, Oct. 6, 2017, in Cleveland. (AP Photo/David Derm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마운드 운영 전략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인 앤드루 밀러를 승부처에 투입해 2~3이닝을 맡겼다. 밀러의 활약으로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밀러의 등판이 승리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밀러타임'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뉴욕 양키스는 지난 12일 클리블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C.C 사바시아를 5회 교체했다. 사바시아는 4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회 연속 4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1사 1·2루 위기에서 호출했다. 로버트슨은 2와3분의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양키스는 5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Cleveland Indians relief pitcher Andrew Miller throws to a New York Yankees batter during the fourth inning of Game 5 of a baseball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Wednesday, Oct. 11, 2017, in Cleveland. (AP Photo/David Derm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leveland Indians relief pitcher Andrew Miller throws to a New York Yankees batter during the fourth inning of Game 5 of a baseball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Wednesday, Oct. 11, 2017, in Cleveland. (AP Photo/David Derm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런 식의 등판은 투수 '혹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30이닝 넘게 던진 밀러는 올해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도 거의 매 경기 출장했지만 지난해만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저스는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을 디비전시리즈 3경기에 모두 투입했다. 뉴욕 양키스 역시 아롤디스 채프먼과 로버트슨을 5경기 가운데 4경기에 등판 시켰다.

포스트 시즌 4경기를 치른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선발투수를 믿는 경향이 강하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5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흔들리는 에이스 메릴 켈리를 교체하지 않고 끌고 가다 결국 5-10으로 경기를 내줬다. 켈리는 2와3분의1이닝 동안 8실점이나 했다. 뒤늦게 추격해봤지만 경기 초반 벌어진 점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다른 구단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활용 가능한 불펜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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