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김 전 비서실장은 법정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에 대해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직권으로 심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백혜련 의원 "명백한 위반 있는데도 받아들여…예규 필요" #법원행정처장 "사실오인 분명하면 직권조사 가능"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이 제출기한을 어겼는데도 법원이 직권조사 사유를 들어 항소심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기간을 경과한 항소이유서를 받아들일 땐 직권 조사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적시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백 의원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에게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직권조사 사유는 법령 적용이나 법령 해석의 착오일 때에만 하도록 되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처장은 ”항소심에서 사실 오인이 분명한 경우에는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증거 능력, 증거의 신빙성 등은 모두 법령과 관련된다“고 답했다. 또 ”쌍방의 항소가 있을 때 피고인의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났더라도 검사에 의한 항소는 남아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는 것이 김 처장의 설명이다.
이에 백 의원은 “이런 중요사건에 있어서 제출기한을 넘겨 명백한 위반 사항이 있음에도 항소를 받아들이면서도 직권조사 사유를 적시하지 않고 재판 진행과정에서 정리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의 재판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사건 접수‧선고 내용‧종국 결과 등을 보고하는 ‘중요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김 처장은 “(재판부가 김 전 비서실장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한 것은) 너무 자의적인 것이 아니냐. 대법원 예규 등을 만들어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는 백 의원의 말에 “예”라고 대답했다.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지난달 26일 김 전 비서실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불러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지각 항소이유서’에 대한 양쪽의 의견을 들었다. 특검팀은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항소 기각 결정을 내려달라”고 주장했고 김 전 비서실장 측은 1심 판결에 문제가 많다며 "항소이유서 제출이 늦었다 하더라도 관계없이 이 사건은 심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심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우선 김 전 비서실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직권조사 사유에 대해서는 17일 열리는 첫 공판에서 김 전 비서실장 측의 의견을 들은 뒤 재판부가 결정하게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