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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탈원전은 공학 전체에 위협” … 서울대 공대생 외침 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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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서울대 공대생들이 ‘반지성적’이라는 규탄 성명을 냈다. 그동안 과학기술계가 탈원전 반대 성명을 낸 적은 있지만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탈원전은 원자력공학이 아니라 공학 전체에 대한 위협이며, 학문이 국가에 의해 버림받는 선례”라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원자핵공학과뿐만 아니라 공대 11개 학과가 모두 참여했다.

대학과 연구소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58년 전통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5명인 후기 박사과정 모집에 1명, 37명인 석·박사 통합과정 모집에 11명이 지원해 미달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연구원들도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하소연한다. 자칫 50년간 쌓아온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연구력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 한양대에 처음 원자력공학과가 생겼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문교부에 관련 부서까지 만들었다. 서울대(59년)와 한양대는 그 덕분에 원자력의 산실이 됐다. 60년대 섬유·화학공학, 70년대 전자·조선공학 전공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해 눈부신 성과를 일궜다.

4차 산업혁명에 돌입한 세계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주목한다. 선진국들은 원자력을 더 중시하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만 탈원전을 한답시고 원자력에 대못을 박으려 한다. 오죽하면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 대표 등 세계적 전문가 21명이 “한국의 원전 팩트가 잘못됐다”는 성명을 냈겠는가. 원자력은 종합과학이다. 원전 종사자 중 관련 전공은 10%뿐이고 나머지는 기계·화학·재료·물리·제어·컴퓨터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공학도들이다. 학생들 주장대로 탈원전이 원자공학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의 외침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지도자의 안목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