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 간 보수통합 논의가 11일 본격화됐다. 이들은 양당 합당을 넘어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한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에 합의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오전 당 대 당 통합 작업을 공식화한 데 이어,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이 통추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보수대통합 공식 착수 나서 #김무성도 “전대 전 궤도에 올려야” #유승민은 홍준표의 통합공세 일축 #“영감님, 한국당 지지도 신경 쓰라”
홍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 회의에서 “바른정당 전당대회(11월 13일)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 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 흡수통합론을 주장해 왔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을 언급하며 당 대 당 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시기도 ‘바른정당 전대 이전’이라고 제시했다.
홍 대표의 발언 후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날 오후 4시 의원회관에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회동했다. 한국당에서는 이철우·권성동·홍문표 의원 등 11명이 참석했고 바른정당에서는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 등 통합파 의원 4명이 참가했다.
회동 후 이들은 통추위 구성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13일까지 당 차원에서 통추위에 참석할 인원을 정하기로 했다. 당내 통합파 대 자강파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바른정당은 당 지도부에 통추위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황영철 의원은 “홍 대표가 보수 대통합 물꼬를 튼 만큼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보수대통합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당의 자강보다 더 중요한 게 보수 전체의 자강”이라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명분이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 모두 전당대회 전에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 논의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바른정당 전대에 출사표를 던진 유승민·하태경·박인숙 의원, 정문헌 사무총장 등은 ‘자강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당내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오전 “전당대회 전 통합을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 논의로 통합의 명분은 갖췄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이 지연되더라도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한) 윤리위를 바로 소집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공이 바른정당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영감님(홍 대표)은 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우리 당 전당대회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계획대로 전대를 열어 당 지도부를 뽑는다”며 “한국당이 제대로 변해야 한다. 홍 대표나 한국당 지도부같이 막말이나 하고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사람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석회의에서 전대 이전에 당 대 당 통합 협상은 없다고 결의했다”며 “통추위는 당과 상의 없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