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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 데뷔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언어적 표현 힘들지만 재미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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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빠르트망'에 출연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연극 '라빠르트망'에 출연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발레리나 김주원(40)이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1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여주인공 리자 역을 맡았다. 199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을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이 각색ㆍ연출해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라빠르트망’은 아파트를 뜻하는 프랑스어 영화 원제목(L’appartement)을 좀더 정확한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김주원에게 ‘라빠르트망’은 첫 정극 도전이다. 그동안 뮤지컬 ‘컨택트’(2010, 2017)와 ‘팬텀’(2015, 2016) 등에 출연해 춤 위주의 연기를 펼친 적은 있지만,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평생 몸의 표현 방식을 고민하며 살았는데 이번엔 언어적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그를 1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영화 원작 '라빠르트망' 여주인공 리자 역 #"내가 입 열면 개그 될지도…" 처음엔 걱정 #"신비로운 자태로 리자 느낌 심어줄 터" #

본격적인 연기자로 나선 셈이다.
미리 계획한 일은 아니다. 전설의 무용수 최승희의 삶을 그린 춤극을 제작하고 싶어 올해 초 고선웅 연출가를 찾아가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좋다. 하자’는 답을 얻고 돌아왔는데, 5월쯤 고 연출이 ‘라빠르트망’ 출연 제의를 했다. ‘내가 입을 열면 개그가 될 수도 있는데…’라고 걱정했더니, 연출이 ‘할 수 있다’고 장담하더라. ‘연기 경험이 춤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지인들의 조언도 있어 딱 하루 고민한 뒤 출연을 결정했다.
대사 연습은 순조로웠나.
내 목소리가 원래 작고 낮아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함께 출연하는 오지호ㆍ김소진 등 배우들이 워낙 베테랑이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고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라빠르트망’은 미스터리와 멜로가 버무려진 작품이다. 김주원은 “각박한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심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반전과 유머가 고선웅 연출 특유의 스타일로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그가 연기하는 리자는 영화에선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맡아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 배역이다.

김주원표 리자는 어떻게 표현되나.
리자는 모든 남자들이 첫눈에 반할 정도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사랑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순하고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클로즈업이 가능한 영화에서는 눈빛 연기만으로도 리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무대에선 이를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로 표현해야 한다. 걸음걸이와 손짓 등 몸의 움직임을 통해 리자의 느낌을 심으려고 한다.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성한 그는 여전히 현역 발레리나다. 매일 오전 네 시간씩을 발레리나로서의 개인 연습에 쓴다.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도 그의 본업이다. 그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면서 “은퇴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내려가야될 순간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아직은 아니다. 몸이 안 따라갈 때까지 춤을 추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잘 출 수 있는 춤을 찾아가고 있다”면서다. 다음 달 ‘라빠르트망’ 공연이 끝난 뒤엔 곧바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토크 앤 콘서트’ 공연을 통해 발레리나로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연기자 생활은 계속 할 생각인가.
계획도, 미련도, 후회도 없는 게 내 삶의 스타일이다. 그냥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연기를 계속할지는 이번 작품을 끝낸 뒤 생각하겠다. 연극은 발레 공연보다 관객과 더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추상적인 몸 동작 대신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말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날이 기대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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