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중·고생보다 성폭력에 취약…여학생은 '온라인'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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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중학생과 고등학생보다 성폭력 피해를 겪는 비율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초등학생이 중학생과 고등학생보다 성폭력 피해를 겪는 비율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어린 학생일수록 성폭력 피해를 겪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은 교내 성폭력이 대부분이지만 여학생은 '사이버' 성폭력에 취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10일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2016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교생 등 1만5646명이다.

남인순 의원, 작년 여가부 조사 자료 공개 #초등생 3.2%, 스토킹 등 성폭력 경험 있어 #피해 장소, 남학생은 '학교 내'가 절대다수 #여학생은 사이버 공간이 25.2%, 남학생 9배 #성폭력 가해자도 '잘 모르는 사람' 두드러져 #"스마트폰 사용 늘어 성폭력 취약, 대책 필요"

  조사 결과 스토킹·성적 괴롭힘 같은 성폭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초등학생이 3.2%로 가장 많았다. 중학생 2.4%, 고등학생 1.8%로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 100명 중 3명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의미다.

  특히 초등학생은 말이나 눈짓·몸짓으로 성적 모욕감을 받거나 고의로 신체를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남인순 의원은 "초등학생의 신체적 접촉은 장난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 스스로가 성적 모욕감이나 괴롭힘 등을 피해라고 인식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비율은 여학생에게서 두드러졌다. [중앙포토]

인터넷이나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비율은 여학생에게서 두드러졌다. [중앙포토]

남학생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소가 대부분 '교내'였지만 여학생은 '사이버 공간'이란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료 남인순 의원실]

남학생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소가 대부분 '교내'였지만 여학생은 '사이버 공간'이란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료 남인순 의원실]

  성폭력 피해 장소는 성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남학생은 학교 내가 78.9%로 절대다수였고 사이버(인터넷) 공간은 2.9%에 불과했다. 여학생은 교내가 47.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사이버 공간은 25.2%로 남학생의 9배에 달했다. 성폭행 피해를 본 여학생 4명 중 1명은 사이버 공간이 문제였다는 의미다.

여학생은 상대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자료 남인순 의원실]

여학생은 상대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자료 남인순 의원실]

  가해자도 성폭력 피해 장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여학생은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란 응답이 6.8%로 남학생(0.9%)보다 훨씬 높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도 여학생(23.9%)이 남학생(6.6%)보다 더 많았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들 가해자에게 피해를 겪는 일도 늘어났다. '사이버상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란 응답은 초등학생이 1%였지만 고교생은 그 6배인 6%로 조사됐다. '잘 모르는 사람'도 고교생이 23.4%로 초등생(7.1%)보다 훨씬 많았다.

  남 의원은 "여성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 성폭력에 취약한 건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채팅방이나 SNS로 여성 혐오나 여성 비하 발언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교에서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하는 한편 사이버상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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