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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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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앙일보 <2017년 9월 22일 38면>
김명수 인준 가결, 코드 버리고 협치 세우는 계기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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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천신만고 끝에 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 동시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으며, 북한 핵·미사일의 현실적 위협 앞에서 국정동력의 급속 상실에 따른 국가운영의 표류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 파문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여당은 지나친 ‘코드 인사’를 걱정하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기 4년 내내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집권 초기 낙마자가 7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또한 이미 같은 수가 낙마했다. 아직 인선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낙마자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거듭된 인사 실패는 부실 검증과 효율적이지 못한 인사 시스템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이념적 동종 교배만을 추구한 코드 인사에서 비롯됐음을 우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당이 반대하고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나와 이념적 성향이 다르면 적폐라는 오만, 개혁과 좌편향을 혼동하는 편견을 서둘러 버려야 한다. 이번 표결에서도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는 향후 국정수행에 있어 국민의당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여소야대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능력만 있으면 야권 인사도 발탁하는 협치와 탕평 정신을 인사의 제1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울러 김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좌편향 우려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오로지 법과 정의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법부를 만들 것을 국민과 약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다.

한겨레 <2017년 9월 22일 23면>
김명수 새 대법원장, 국민의 ‘사법신뢰’ 되살리길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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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해 사법개혁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하지만 동의안 처리 과정의 논란은 우리 정치·사회 지형의 불안한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수구 보수 야당이 사법개혁의 대의는 팽개치고 과도한 색깔론과 치우친 종교적 잣대로 무리한 주장을 편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인권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사들 연구모임을 ‘진보’나 ‘좌파’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 이념논쟁이 얼마나 수구 보수 편향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말해준다. 판사들을 진보-보수로 편가르기 하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시각은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정략적이다.

김 대법원장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등 현안뿐 아니라,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재판을 통해 국민이 수긍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사법’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사법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원적 방법’이란 그의 판단은 적절하다. 특히 ‘전관예우 근절’을 약속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 대다수가 ‘유전무죄’의 뿌리에 전관예우가 있다고 믿는 데 반해 법원 고위층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이 ‘전관예우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대를 갖게 한다. 6년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주기 바란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겠다고 밝힌 것도 희망적이다. 일부의 근거 없는 ‘코드 인사’ 비난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방패 구실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인사도 중요하다. 대법원 구성부터 이른바 ‘서·오·남’(서울대·오십대·남성)의 보수 편향을 깨고 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 법관회의가 요구한 법원행정처 축소·폐지와 고·지법 이원화 등은 물론 노동법원 신설과 민사배심제 등 시민참여 확대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당한 판결과 사법행정에 대한 수구 언론·야당의 과도한 이념공세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논리 vs 논리
‘코드 인사’ 걱정 여론에 귀 기울여야 vs 판사들을 편가르기 하는 건 부적절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 21일 국회에서 가결 정족수보다 10표 많은 160표로 임명동의를 받았다. 그는 9월 24일 임기가 만료된 양승태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제16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후보자 청문회 등 임명 과정에서 불거졌던 극심한 여야 갈등으로 우려됐던 사법부 수장의 공백은 다행히 현실화하지 않았다.

이번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여권 지도부가 총출동해 야당 특히 국민의당 의원들을 설득한 결과였다. 그런 만큼 임명동의안이 통과는 됐지만 앞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이 과연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우려했던 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 동시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는 일단 중앙과 한겨레 사설 모두 다행스럽다는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 대법원장에게 거는 기대와 주문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다. 중앙은 제목에서부터 ‘김명수 인준 가결, 코드 버리고 협치 세우는 계기로’인 반면 한겨레는 ‘김명수 새 대법원장, 국민의 사법 신뢰 되살리길’로 확연히 다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지나친 ‘코드 인사’를 걱정하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그동안 거듭된 인사 실패가 부실 검증과 효율적이지 못한 인사 시스템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이념적 동종 교배만을 추구한 코드 인사에서 비롯됐음을 우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반면 한겨레는 ‘수구 보수 야당이 사법개혁의 대의는 팽개치고 과도한 색깔론과 치우친 종교적 잣대로 무리한 주장을 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권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사들 연구 모임을 진보나 좌파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 이념논쟁이 얼마나 수구 보수 편향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말해준다’는 주장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두고 중앙은 ‘협치’를, 한겨레는 ‘사법 개혁’을 강조하는 분명한 시각차를 나타내는 셈이다. 중앙은 ‘나와 이념적 성향이 다르면 적폐라는 오만, 개혁과 좌편향을 혼동하는 편견을 서둘러 버려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번 표결에서도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는 향후 국정수행에 있어 국민의당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여소야대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능력만 있으면 야권 인사도 발탁하는 협치와 탕평 정신을 인사의 제1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판사들을 진보-보수로 편가르기 하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시각은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정략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당한 판결과 사법행정에 대한 수구 언론과 야당의 과도한 이념공세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신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좌편향 우려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아울러 ‘정치권력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오로지 법과 정의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법부를 만들 것을 국민과 약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그것이 곧 진정한 사법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일부의 근거 없는 ‘코드 인사’ 비난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방패 구실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당부를 한다. 대법원 구성부터 보수 편향을 깨고 다양성을 회복해야 하며 법관회의가 요구한 법원행정처 축소·폐지와 고법과 지법 이원화는 물론 노동법원 신설과 민사배심제 등 시민참여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사회 갈등 중 뿌리 깊은 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구조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특히 사법부를 둘러싼 진영 간 대결 또는 갈등 양상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사회적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런 만큼 이번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벌어졌던 진영 간 대결 구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